칼럼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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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와 식물인간은 다르다.뇌사 판정을 받은 86세 국내 최고령 장기기증자인 고 윤덕수(86) 씨가 9월 30일 간을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이다. 한국장기기증조직원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송파병)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뇌사 장기기증 현황’에 따르면, 뇌사 장기기증자 평균연령은 지난해 52.4세, 올 들어 8월까지 46.6세이다. 하지만 국내 신장과 간장, 췌장, 심장 등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감소하고 있어 기증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8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은 특별보고서를 통해 뇌사를 ‘Irreversible Coma’(비가역적 혼수상태)라고 정의했다. 즉 뇌가 영원히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특히 심장 박동이나 호흡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뇌간이 죽었다. 따라서 뇌사가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심장이 멎어 죽음에 이른다. 인공호흡기에 의해 얼마동안 호흡과 심장박동을 연장할 수 있지만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 이점에서 뇌사는 식물인간과 다르다. 식물인간은 뇌의 일부가 손상을 입어 의식이 없지만 뇌간은 생생히 살아있다. 인공호흡기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있고, 가끔 눈을 깜박이거나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수개월이나 수년 뒤에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식물인간은 장기기증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뇌사는 장기이식을 전제로 할 때만 인정된다. 장기이식을 하려면 가능한 ‘건강한’ 상태의 장기를 얻는 것이 필수다. 그만큼 뇌사판정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2002년 개정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뇌사판정에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우선 체온이 32℃ 이하로 떨어진 저체온상태나 저혈압 등으로 인한 쇼크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마취제 같은 약물중독이나 저혈당 같은 내분비 장애가 있어도 안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뇌사가 아님에도 뇌사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원인이 확실한 뇌의 손상이 있고 인공호흡기로만 호흡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 조건 아래 외부자극에 반응이 전혀 없는지, 스스로 호흡하는 기능이 완전히 없어졌는지, 동공이 열려있는지, 뇌간반사가 완전히 소실됐는지 등을 검사한다. 뇌간반사란 대뇌를 거치지 않고 일어나는 반사다. 의식이 없어도 뇌간이 살아있으면 빛을 비추면 눈동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눈의 각막을 건드리면 눈을 감는 반사가 일어난다. 뇌사한 사람은 이 같은 뇌간반사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 항목을 검사한 지 6시간이 지나면 앞의 검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의사가 다시 검사한다. 그때도 똑같은 결과를 얻으면 뇌파를 검사해 30분 이상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지 확인한다. 뇌사판정검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의 3명 이상을 포함한 6~10명의 뇌사판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여기서 전원이 찬성하면 최종적으로 뇌사판정이 내려진다. 이때 전문의 중에는 신경과 전문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뇌사판정이 내려지면 가능한 신속하게 장기적출을 한다. 이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장기를 척출하면 냉동상태로 보관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때 장기를 제공받을 수여자는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대에 누워있는 상태다. 장기척출과 이식 수술이 순차적으로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면역거부반응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신이 아닌 것을 죽이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기껏 넣어준 장기가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이식을 할 때는 수여자에게 면역억제제를 다량 투여한다. 이때 수여자가 세균의 공격을 받으면 방어할 수단이 없으므로 무균실로 옮겨 철저하게 관리한다. 일단 몸이 이식한 장기를 받아들이면 면역억제제의 양을 줄여도 괜찮지만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 있다가 소생한 사람에게 이 정도 부담이 무슨 대수겠는가.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을 때 장기이식은 최후의, 그리고 최선의 치료법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모두 291명이다. 매년 조금씩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매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100명 중에 불과 1명만 혜택을 받는다.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장기이식 뇌사자의 수는 100만명에 3.1명으로 스페인의 30명, 미국의 25명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는 본인이 장기이식을 신청했어도 가족이 반대하면 성사되지 못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할 수 있다. 우리 각자의 작은 변화가 계속 이어지면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장기·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 / 정기후원 문의 : ☎1577-9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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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을 깍아내리고 모욕하는 네티즌들.장기기증 모욕한 ‘가족이 장기 기증을 결정한 것이지 본인 선행은 전혀 없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수술대 올라가 장기 빼가는 거 생각하면 무섭다’ 지난달 21일 심장, 간, 신장 등을 7명에게 기증하고 하늘로 떠난 중학교 3학년 임헌태(15)군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검사가 돼서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임군은 불의의 사고로뇌 사(腦死) 판정을 받은 뒤 가족들과 이별했다. 많은 사람이 ‘명복을 반다’는 등 임군의 숭고한 희생에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달랐다. 이들은 장기기증에 나선 가족들이 대단할 뿐 기증자 본인 역량은 없다고 깍아내렸다. 기증 자체를 끔찍하다고 보는 시각도 꽤 있었다. 뇌사자 장기기증 결정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부모, 자녀, 배우자 등 가족 동의 하에 의료진의 최종 뇌사 판단이 나와야 비로소 기증이 시작된다. 생전에 기증자가 장기기증 희망 서약을 했더라도 재차 가족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증자 가족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엄청난 고민을 했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접고 어려운 결정에 나섰더라도 마음의 짐은 평생 살 수 밖에 없다. 가족이 기증을 결정할 때 뇌사에 빠진 자녀의 평소 뜻과 품성을 존중한다. 아들을 먼저 보낸 임군의 아버지는 “평소 착했던 아들 헌태가 착한 일 하고 기자는 생각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 받고 기증했냐’는 식의 날선 댓글, 주변 사람들의 부주의는 가슴을 후벼판다. 2015년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정한 이봉화(60)씨는 “기증한 가족들은 사고 났을 때 한번 상처를 받고 기증 후 기사 댓글을 보면 두 번째 고통을 겪는다. 선의로 기증을 결정했기에 수혜자들이 행복하기만 비는데 악성 댓글을 볼 때마다 서운하다‘고 했다. 장기기증은 최고의 희생이자 사랑이다. 아직도 그렇게 여기지 않는 일부 시선이 안타깝다. 아직도 그렇게 여기지 않는 일부 시선이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의원이 1일 공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자 장기기증은 449명에 그쳤다. 가뜩이나 선진국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4년 만에 500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생명 나눔 인식조사에선 장기기증 의향이 없는 이유로 ’인체 훼손 거부감‘(33%), ’막연한 두려움‘(30.4%)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장기기증 희망자와 가족의 기증 동의율은 해마다 떨어진다. 이런 분위기라면 잠재적 기증자들이 더 망설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피해는 결국 환자 몫이다. 남 의원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5년 2만7444명에서 올해 3만8977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식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도 2015년 1811명에서 지난해 2742명으로 증가했다. 주변의 가족, 친구가 언제든지 이렇게 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이 장기기증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데 금연, 자살과 달리 TV 공익광고는 한번도 나간 적이 없다. 개인의 ‘선의’에만 기대기보단 꾸준하게 알리고 교육하며, 제도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제2, 제3의 헌태가 나와 많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 장기 기증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 요인으로 사회적 인식 부족 71.0%, 홍보부족 12%, 정부의 무관심 11.4%, 종교상의 이유 5.6% 순으로 나타났다. 사후 장기 기증에 대한 평소 견해는 긍정적 42.2%, 보통 35.4%, 매우 긍정적 13.6%, 부정적 7.0%, 매우 부정적 1.8%순으로 응답했고, 기증자에 대해 국가유공자 또는 의사상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는 문제에는 긍정적 65.2%, 잘 모르겠다 22.8%, 필요 없다 12% 순으로 나타났다. 생존 중에 장기 기증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경우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도(opt-out)dp 대해서는 반대 40.8%, 유보 35.6%, 찬성 23.6% 순으로 나타나 장기 기증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함께 관련 제도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장기 이식 대기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반면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이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며, 선진국과 같은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전 국민의 많은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장기 기증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가족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관념으로 생전에 기증을 약속해도 유가족의 동의 문제로 장기나 인체조직을 적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증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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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感毁傷 孝之始也).불의의 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고 영면했다. 지난달 24일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최근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양모(34)씨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판정을 받아 장기를 기증했다. 양씨 가족은 “평소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어 온 고인의 삶을 기리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며 “사경을 헤매는 중환자들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는 값진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씨의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장, 양쪽 신장은 곧바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선정한 만성질환자 4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돼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신장내과)은 “큰 슬픔을 딛고 얼굴도 모르는 중환자들을 위해 숭고한 결정을 내려 새 생명을 안겨준 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뇌사자 장기기증을 처음 시행한 1998년 이후 현재까지 213명의 뇌사자를 관리했으며, 이 중 185명이 장기기증에 동참했다. 이를 통해 신장 355개, 각막 167개, 간 160개, 심장 51개, 폐 14개. 췌장 8개, 소장 1개 등을 이식해 710명이 넘는 환자가 새로운 삶을 찾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기기증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感毁傷 孝之始也).’ ‘효경(孝經)’의 이 한 구절은 수백 년에 걸쳐 우리 민족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고 유교적 가치관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유독 신체를 손상하지 않으려는 집착이 강하다. 털끝 하나 함부로 훼손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살아있는 사람은 두말할 나위 없고 실상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뇌사자에게도 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이 나라는 유독 장기기증이 어려운 환경이다. 남의 일로만 여기던 일이 내게 닥치면 당혹스럽게 마련이다. 하물며 그것이 내자신 또는 내 가족의 생명과 직결된다면 당혹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원활한 장기기증이 되지 않아 목숨을 잃는다면 그보다 큰 아픔은 없을 것이다. 매년 장기이식을 통해 생명 연장을 기대하고 있는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지만 기증되는 장기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산화하는 목숨이 부지기수이다. 가족끼리 장기를 주고받는 생체이식으로 인해 소중한 목숨이 보존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다행이지만 기증을 통한 장기이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따라 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잠정적 동의로 인정해 이식용 장기의 적출이 가능하게 하는 ‘옵트 아웃제’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옵트아웃제 도입의 결정적 걸림돌은 가족들의 뿌리 깊은 유교의식이다. 몸에 칼을 대고 훼상하는 것이 몸을 물려준 부모에게 가장 큰 불효가 된다는 의식은 장기기증이 정착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뇌사자가 사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가족들이 반대해 실제 장기기증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는 유교적 관념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를 기증하는 가족이 장기를 기증받는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떠나는 가족의 몸을 온전히 보내야 한다는 전통적 의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간절하게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생명을 위해 옵트아웃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뜻을 모으고 있다. 의식의 변화는 느리지만 제도의 변화는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의식변화 속도라면 구제할 수 있는 생명도 맥없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익광고나 주기적인 캠페인 등을 통해 대대적인 의식 변화 운동을 펼쳐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원활한 장기이식을 위한 환경 조성은 간절한 이들을 위해 더 이상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다.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 / 정기후원 문의 :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1577-9767 (상담관리팀) 김동화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이사장, 생명나무비전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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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지난 2월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수영장에서 팔이 끼는 사고로 100일 넘게 혼수상태로 사투를 벌이던 초등학생 이기백(12·사진)군이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5일 좌우 신장과 간을 또래 3명에게 기증해 새 생명을 선물한 뒤 가족과 영원히 이별했다. 이군은 올해 2월17일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호텔 수영장에서 팔이 사다리 계단에 끼는 사고를 당해 100일 넘게 깨어나지 못했다. 이군의 부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이군의 상태가 최근 악화하자 장기 기증을 선택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나눔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상황들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2017년부터 2년째 장기·조직기증이 하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18년 장기기증은 449건으로 2017년의 515건에 비해 87% 수준으로 떨어져 그 어느 때보다 기증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장기기증 희망자와 실제 장기기증 건수가 급감하면서 필요한 장기를 제때 이식받지 못해 2018년을 기준으로 하루에 5.2명이 숨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는 2016년 1321명에서 2017년 1610명, 2018년 1910명으로 급증했다. 2016년만 해도 하루 평균 3.6명이 숨졌는데, 불과 2년 만에 사망자가 30%가량 증가한 것이다. 2017년 한 병원에서 장기기증자의 시신을 유가족들이 수습하도록 방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해 장기기증 희망자가 줄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2016년 8만 5005명이던 장기기증 희망자가 2017년 7만 5915명으로 1만명가량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더 떨어져 7만 763명을 기록했다. 2008년(7만 4018명) 이후 최저치다. 장기기증 건수가 급감한 시점도 2017년이다. 2016년 500건을 돌파해 최고치인 574건을 기록했지만 2017년 515건으로 떨어져 지난해는 5년 전 수준인 449건으로 주저앉았다. 뇌사자 장기 이식은 2016년 1886건, 2017년 1692건이 이뤄졌다. 뇌사자 장기기증 희망자와 장기기증 건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장기를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는 환자들의 생존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부·뼈·연골 등 인체조직은 수입해올 수 있지만, 장기는 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2018년 기준 3만 2656명에 달한다. 일부에선 ‘연명의료결정법’이 장기기증 건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법은 회생이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 등이 의료기기에 의지한 생명 연장을 중단하고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지난해 2월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가 늘면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뇌사자도 줄었다. 우리나라에선 뇌사 상태의 환자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의료계에선 심정지 환자의 장기기증도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령화로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장기기증에 동의해도 사후에 유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을 할 수 없는 현행 제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유족이 반대하는 일이 많다. 장기기증을 희망한 당사자의 고귀한 의사를 존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명나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유족에게 합당한 예우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매년 열리는 캘리포니아 축제 ‘로즈퍼레이드’에 기증자의 유가족을 참가시키고 있다. 유족은 기증자의 사진을 들고 퍼레이드 꽃마차에 앉아 수많은 인파의 박수를 받는다.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다. 홍콩에는 기증자 추모공원이 있고, 스페인에서는 기증자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장례식 때 의료진이 대거 참석한다. 미국·캐나다에서는 유족의 심리 치료를 위해 전문 상담사와의 상담을 주선하기도 한다. 이군의 가족은 떠나는 아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기 위해 장기기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의 어머니는 눈물로 아들을 보내며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키우는 동안 엄마를 웃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아들아, 끝까지 훌륭한 일을 해줘서 자랑스럽다. 언제나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또 "기증이라는 것이 슬프고 힘든 것이 아니라 나와 떠나는 내 가족을 위해서도 가치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다른 분들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군의 어머니의 말처럼 가치있고 자랑스러운 생명나눔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 / 정기후원 문의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1577-9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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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생명나눔을 기리다.찬란한 햇살이 눈부시고 들녘은 온통 연초록으로 푸르른 5월, 지워지지 않는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오롯이 기록된 5월이 뇌리를 휘감는다.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 새벽까지 열흘 동안,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당시 신군부 세력과 미군의 지휘를 받은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비상계엄 철폐’, ‘유신세력 척결’등을 외치며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항거한 역사적 사건이다. 항쟁 기간 중 22~26일 닷새 동안은 시민들의 자력으로 계엄군을 물리치고 광주를 해방구로 만들어 세계사에서 그 유래가 드문 자치공동체를 실현하고, 주먹밥과 빵 등을 대가 없이 나눴고, 부상자를 돕기 위해 헌혈을 하는 등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천했다. 이러한 숭고한 역사 가운데 주목하는 것은 이 기간 동안 부상자를 돕기 위한 헌혈, 생명나눔운동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계엄군의 총탄에 무수한 시민들이 사암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1980년 5월21일,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금희 열사는 기독병원에서 헌혈을 한 후 집에 돌아가던 중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복부를 맞았다. 직후 박 열사는 자신이 헌혈한 바로 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방금 뽑고 나온 피가 채 식지도 않았을 만큼 그 짧은 시간에 그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날 쓰러져가는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한 방울의 피라도 더 모아야 한다’고 외쳤던 박금희 열사의 생명나눔 정신을 기리는 의미있는 행사가 광주기독병원에서 마련된다. 10일 열리는 ‘금희의 오월; 빚진자들’이 바로 그것이다. 광주기독병원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병원내 제중역사관에서 ‘금희의 오월’을 주제로 헌혈 캠페인, 사진전 등 다양한 5·18 기념행사를 갖는다. ‘금희의 오월’은 고(故) 박효선 극작가가 박 열사 이야기를 모태로 연출한 연극 ‘금희의 오월’에서 따왔다. 80년 5월 당시 광주기독병원은 부상당한 시민들을 치료한 의료 현장이다. 병원에 있던 의료진은 일시에 밀려든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침식을 잊었으며 수혈할 피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했던 민주시민의 뜨거운 열정의 장이었다. 당시 춘태여자상업고등학교(현재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박금희 열사는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80년 5월 21일 ‘급히 피가 필요하다’는 가두방송을 듣고 광주기독병원을 찾아 헌혈했다. 헌혈을 끝낸 박 열사는 귀가하던 중 계엄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상태로 광주기독병원에 후송됐다. 병원을 나선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신이 돼 돌아온 박 열사를 마주한 당시 병원 직원들과 부상자, 헌혈대기 시민들 모두는 충격과 안타까움으로 주저앉아 통곡할 수 밖에 없었다. 박 열사의 숭고한 생명나눔 정신을 되살리자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 응급실 입구에서 줄을 서 헌혈했던 박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광주시민들의 생명 나눔의 감동을 재현하는 헌혈캠페인을 통해 박 열사를 추모하고 생명나눔의 희생정신을 알리고 본받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된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군부독재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87년 6월 항쟁의 밑거름이 되었다. 5·18민주화운동은 95년 5·18특별법으로 제정되었으며, 전직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노태우 등 92명이 내란·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받기까지 전 국민의 염원이 모여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으로 이어졌다. 5·18민주화운동으로부터 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광주를 비롯한 전 국민이 보인 저항과 참여, 연대의식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중요한 민주화운동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1년 5·18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렇듯 민주화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빚진 자로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을 계승하고 생명나눔과 생명존중의 미션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문의 :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1577-9767) 김동화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이사장 생명나무비전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