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1889~1977)이 미국에서 활동했을 때 어느 곳을 여행하는데 그곳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 축제를 열고 있었습니다. 기웃거려보니 실로 기묘한 장면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즐기고 있는 것은 ”찰리 채플린 흉내 내기 대회“였습니다. 자부심과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신분을 숨긴 채로 그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결과는 겨우 3등!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의 성적표였습니다. 젊었을 적 제 꿈이 영화배우였던 것을 차치(且置)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들었던 시기는 늘 ...
김상훈 수필가 신묘년설날 모처럼 집에 온 아들에게 덕담 몇 마디를 하고 난 다음 금연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망설임 끝에 어렵게 내 의견을 제시했는데 녀석은 별다른 기색 없이 희미한 미소만 지으면서 예! 예! 하면서 대답하는 품새가 영 믿겨 지지 않았습니다. 끊을 의지는 확고한데 그게 잘 진행되지 않는다든가 실행을 해 보지만 항상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런 기본적인 대답도 아닌 그저 건성으로 내 물음에 성의 없는 반응만 하고 있어서 녀석이 딱히 끊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라고 짐작하면서 성묫길에...
김상훈 수필가 작년 10월 가을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주말의 어느 날, 친구 우경(愚耕)이 누런 사각봉투 하나를 나에게 주었습니다. 속엣것을 꺼내 보니 익살스러운 안동 하회탈을 형상화해서 만든 짙은 갈색의 목제 타이슬링 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외출할 때 일일이 넥타이를 매번 매기도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고 해서 두어 개의 타이슬링을 구한 뒤 그때그때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사용해보니까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내가 아무래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이니까 자기와 외출할 때는 매지 않은 것이 좋겠다고 해서 좀 ...
김상훈 수필가 향일암의 진산 금오산(金鰲山)으로 해쑥을 캐러 왔습니다. 청정! 그야말로 무공해 지역입니다. 와서 보니 쑥뿐만이 아니라 고사리, 왕고들빼기 등이 지천입니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면 봄나물을 캐러 갔었는데, 올해도 변함없이 금오산을 찾았습니다. 아내만이 알고 있는 명당자리는 햇나물들이 군락을 이룬 채로 우리를 반겨 줍니다. 올해는 특별히 친구 부부를 은밀히(?) 초대했습니다. 친구 부인이 대단한 요리 솜씨를 가진 분이라 동행을 권유했더니 흔쾌히 승낙한 것입니다....
김상훈 (수필가) "오메, 서울은 여름에 가도 춥다든디 어쩐다냐?" 이 말은 우리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셨을 때 서울이라는 곳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가끔 사용하셨던 말씀입니다. 흔히 알려진 대로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각박한 서울의 인심을 가장 울 엄마식으로 표현했던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울깍쟁이라고 사뭇 자기 고향이 더 낫다고 합리화 시키던 시절에 울 엄마의 자존감과 해학과 풍자가 버무려진 서울이라는 곳이 편하지만은 않다는 표현 방식의 하나입니다. ...
김상훈 수필가 나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도 답사 일번지 제1장 제1절에 소개된 강진이란 곳에서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해에 태어났습니다. 산자수명과 배산임수로 조화를 이룬 햇빛 맑고 물빛 고운 고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는 것은 언제나 자랑거리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가을쯤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우리는 쥐를 잡아서 자른 쥐꼬리를 학교에 가져오라는 선생님들의 독려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 그 피 같은 곡식들을 쥐새끼...
김상훈 수필가 기분이 좋을 때 흥얼거리는 노래 한 곡쯤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웠던 “봄이 오면”을 부르는 습관이 있습니다. 특히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라는 마지막 대목에선 아주 신이 나서 목소리를 길게 빼며 트롯의 한 구절처럼 구성진 음성으로 ‘함께 따가 주우우우!’ 라고 소리치면서 스스로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또, 기분이 조금쯤 저조해 있을 때도 어김없이 이 노래를 불러서 우울했던 분위기 자체를 반...
김상훈 수필가 필자는 자천타천 삼행시의 대가입니다. 평가는 오직 여러분의 몫입니다만. 제가 한때 했던 일은 웃음치료사였습니다. 아래의 5행시로 사람들을 웃기는 웃음치료사들께 웃음과 박수를 받았던 흐뭇한 추억이 있습니다. 웃 : 웃음과 음 : 음악으로 치 : 치매도 예방하고 료 : 요통도 잊게 하는 사 :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멋쟁이 이름으로 짓는 삼행시는 그 사람의 특징과 이미지를 콕 찍어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오해를 불...
김상훈 수필가 오늘은 필자 부부, 아들 가족, 그리고 제3의 여성 한 분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삶과 삼행시와의 놀라운 연관성(聯關性)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 이름은 김상훈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내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 듯했습니다. 이름 세 (3) 자에 자음의 받침이 각각 들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삼행시를 외우게끔 해서 이름을 기억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김 : 김상훈은 상 : 상상만 해도 훈 : 훈훈한 남자! 제 아내 이름은 변영선입니...
김상훈 수필가 결혼식은 신랑 신부와 그 가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경사입니다. 당사자들은 온몸이 설레고 주례선생님의 말 한마디에도 가슴에 오롯이 새겨지고 자리매김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식장 안에 운집해 있는 수많은 하객의 축복 속에 자기 인생의 반려자를 맞이하는 그 시간만큼은 정말 본인 생애 최고의 순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쩌면 이보다 따분하고 지루한 연극은 없습니다. 이 연극은 수십 번 보아왔던 터라 너무나 익숙해진 것이어서, 줄거리는 처음부터 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