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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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모습이 곧 자기의 모습.우리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들을. 철학적이기도 하고 뜬 구름 잡는 질문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하고 답을 얻고자 합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여러분의 답은 무엇입니까? 철학적이고 뜬 구름 같은 질문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상황에 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살필 때 거울을 봅니다. 거울을 보며 나를 확인하고, 내가 어떤지를 보고, 옷매무새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를 살핍니다. 삶에서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존재는 친구입니다. 비슷한 사람이 만나 친구가 되니, 오랜 친구는 곧 자신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붓다의 제자 아난은 스승 붓다에게 ‘수행에서 도반이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묻습니다. 스승 붓다가 ‘어느 정도나 되겠느냐’고 되묻습니다. 아난이 ‘절반 정도입니까?’하고 답합니다. 붓다는 ‘도반이 수행의 전부다’하고 답합니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살피라는 말을 공자는 어떻게 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子貢問 “爲仁” 子曰 “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위령공(衛靈公)」 (공자의 제자) 자공이 “인을 행하는 방법”에 대하여 여쭈었다. 선생님 가라사대 “장인이 그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먼저 그 연장을 예리하게 한다. 어느 나라에 살게 되거든 그 나라의 대부 중에 슬기로운 사람을 섬기고, 그 나라의 선비 중에 어진 이를 벗 삼아라.” 자공은 공자와 연배가 비슷한 제자로 장사에 소질이 있어 큰 재산을 모았고, 글재주도 좋았습니다. ‘仁’은 공자 사상의 핵심으로 ‘仁’을 한 두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공도 그런 사정을 알고는 ‘仁’에 대하여 묻지 않고, ‘仁을 행하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스승 공자는 먼저 ‘장인이 일을 잘 하려면 반드시 우선 연장을 잘 손질해야 한다.’는 비유를 들려줍니다. 훌륭한 장인은 연장 탓을 안 한다지만, 연장이 잘 손질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장인이라도 일을 잘 해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연장이 없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승 공자는 제자 자공이 재주와 학문이 뛰어났기 때문에 이런 비유를 한 것입니다. 자공이 자신의 재주와 학문만을 믿고 다른 사람을 가볍게 여긴다면 반드시 시기하고 원망하는 사람에 의한 해코지가 발생할 것을 걱정한 것이고, 또한 스스로 자신의 한계에 갇혀버릴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대부(大夫)는 벼슬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선비(士)는 벼슬을 하고 있지 않지만 학문이 있는 사람이니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비가 벼슬을 하면 대부고, 대부가 벼슬을 그만두면 선비니 둘은 같은 사람입니다. 즉 자신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인(仁)을 행하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우선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벗 삼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들고 있는 연장을 보면 무엇을 만드는 장인인지 알 수 있고, 연장의 손질된 정도를 보면 장인의 솜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섬기고 벗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SNS를 통해 원근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과 친구를 맺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거울로 둘러싸인 방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듯 정체성을 망각하는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때 여러분의 곁을 묵묵히 지켜왔던 친구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 모습이 곧 당신의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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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도 미워하는 사람들.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정부의 노력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적폐는 청산해야겠지만, 보복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과연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정권에서 친정부 성향의 인사를 MBC 사장으로 앉혀, 정부에 쓴소리 하던 방송인들을 방송국 밖으로 몰아내게 했던 방송문화진흥회의 야권 이사들은 김장겸 사장의 해임을 ‘방송장악 음모’라고 부르대고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과 방송 장악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정권에서 인사청문회 때 여권의 편에서 후보자를 옹호하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허물을 낱낱이 거론하여 부적격 후보라고 부르대며, 협치를 하지 않는 정부에 협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의 허물을 우리는 용인해야할까요?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정권의 호위병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검찰이 이제는 적폐 청산을 주도하며 전 정권의 인사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습니다. 정권의 호위병과 적폐 청산의 주역 어느 것이 검찰의 본모습일까요? 애국과 정의를 외쳤던 이들을 애국과 정의의 이름으로 청산하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똑같은 명분에서 한 일이 다르게 평가되는지를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子貢問曰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訕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亦有惡也. 惡徼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訐以爲直者.”「양화(陽貨)」 (공자의 제자) 자공이 여쭈었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공자 가라사대 “미워하는 것이 있고말고. 남의 잘못을 들추는 자를 미워하고, 신하로 아래에 처하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를 미워하며, 용감하기는 한데 예의를 모르는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기는 한데 꽉 막힌 자를 미워한다.” (자공이) 말하였다. “저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의 것을 알아내 자신의 지혜라고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공손하지 않는 것을 용기라고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남의 비밀을 까발리는 것을 정직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합니다.” 사람들은 성인군자라면 살면서 미워하는 사람도 없고, 화내는 일도 없이 늘 허허실실 모든 사람을 반기며 좋은 말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자의 제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스승에게 군자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공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사람을 가장 미워했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자기 주견이 없다는 것이고, 주견이 없으니 공자라도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자의 질문에 공자는 그럴듯하지만 옳지 않은 경우를 제시하고 미워한다고 하였습니다. 남의 잘못을 낱낱이 까발리는 것은 정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잘못은 드러내야 하지만 허물을 고치기 위해서라야 합니다. 신하로 있으면서 윗사람을 다른 사람 앞에서 헐뜯는 것은 애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진정어린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윗사람이 잘못하고 있다면 직언을 해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용감한 것은 강압에 굴복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게 법과 질서에 어긋난다면 나라를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쿠데타가 그렇습니다. 과감하면 추진력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남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쓸 데 없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사업이 그렇습니다. 스승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제자도 넌지시 자기 생각을 펼쳐 보입니다. 남의 생각을 훔쳐내서는 자기 것이라고 하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요즘 말로 하는 표절입니다. 공손하지 않은 것을 용기로 아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강압적인 정권에서는 말이 없다가 민주정부에서는 언론장악 음모라고 부르대는 것은 용기가 아닙니다. 까발리는 것을 정직으로 아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공직자라도 개인의 사생활은 있는데, 그것까지 까발리는 것은 정직이 아닙니다. 군자가 미워하는 사람은 아닐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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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흥하게 하는 한마디 말.여수시의회 제181회 임시회 본회의 ‘여수시 관광정책 추진현황과 시민불편 해소방안’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관광객에게 바가지요금 씌우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부당함을 바로잡고 부정을 시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철현 여수시장은 “민간부분을 시가 행정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약 않고 올 때는 바가지요금 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을 이해 못하는 관광객들이 이상한 관광객이다.”하고 말하여, ‘바가지요금’이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박정채 시의장은 “사업하는 분들이나 할 말이지, 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장으로서 답변할 말은 아니다.”하며 제지하고 속기록 삭제도 권유했지만, 시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며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은 관광객 증가라는 업적에 어깃장을 놓는 질문에 뒤틀렸나봅니다. 또 공무원노조 여수시지부장은 ‘둔덕·학용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해서 여수시가 특정업체와 사업을 추진한다는 특혜의혹이 있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 “적법한 행정행위 발목 잡는 송하진 시의원 각성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시의 행정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시의원의 정당한 활동이고, 그 견제와 감시를 받는 것은 공무원의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공무원노조 지부장은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되면 앞으로도 계속 시위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공무원도 감시나 견제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일을 하려나 봅니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방분권을 강화해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과연 지금의 시장과 공무원들은 여수를 어떻게 만들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定公問 “一言而可以興邦, 有諸?” 孔子對曰 “言不可以若是, 其幾也! 人之言曰 ‘爲君難, 爲臣不易.’ 如知爲君之難也, 不幾乎一言而興邦乎?” 曰 “一言而可以喪邦, 有諸?” 孔子對曰 “言不可以若是, 其幾也! 人之言曰 ‘予無樂乎爲君, 唯其言而莫予違也.’ 如其善而莫之違也, 不亦善乎? 如不善而莫之違也, 不幾乎一言而喪邦乎?”「자로(子路)」 (노나라 임금) 정공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여 가라사대 “한마디 말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만, ‘임금노릇하기 어렵고, 신하노릇도 쉽지 않구나.’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에 가까울 것입니다. 만약 임금노릇하기가 어려운 줄 안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정공이 또 물었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하여 가라사대 “한마디 말로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만, ‘임금이 된다고 내게 특별한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 말하면 나를 거스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에 가까울 것입니다. 만약 임금의 말이 좋고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임금의 말이 좋지 않은데도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정공은 공자를 등용하여 노나라를 크게 안정시킨 임금입니다. 공자를 등용하려 하면서 나라를 흥하게 하는 방법과 망하게 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공자는 임금이 자기 뜻에 거슬리는 말을 듣기 싫어하고 또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반대로 임금이 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임금노릇을 어렵게 여기면 나라가 흥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시장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되었으니 자신의 뭘 하든 시민들이 지지할 거라 여기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거슬리는 말이 들리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입막음도 하고 뾰로통하여 부르댑니다. 공무원들도 시장을 본받아서 시의원들 입도 막으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장의 잘못이나 공무원의 잘못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여수시가 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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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에 밝음과 사려가 깊음.주철현 여수시장은 9월7일 여수시의회 제17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돌산 상포지구 특혜의혹과 관련하여 긴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 설명에서 ‘본인과 업무를 담당했던 공직자들에게는 한 점 의혹이 없는데도 자신의 5촌 조카사위가 연관돼 오해가 생겼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행정절차가 삼부토건 명의로 진행돼 자신은 5촌 조카사위의 관여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는 ‘상포지구와 관련한 악의적 여론을 유포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은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주철현 여수시장의 5촌 조카사위는 횡령액 30억을 채워넣었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한해와 지난겨울을 보내며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밝혀지는 과정과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박근혜전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부정했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며 몰아냈습니다. 하지만 국정농단을 밝히고 촛불집회를 이끌어낸 것은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담긴 근거자료를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보다는 근거자료가 말하는 사실을 더 신뢰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 한 사람보다 더 사리에 밝고 더 멀리 헤아립니다. 시장님이 적폐세력이라고 청산하려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님을 더 신뢰하려는 것입니다. JTBC가 제시해 국민들을 설득했던 것처럼 시민을 설득할 자료를 보여준다면 촛불을 들고 시장님을 지지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리에 밝고 멀리 내다보는 사려가 깊은 사람인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子張問“明?” 子曰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遠也已矣.”「안연(顔淵)」 자장이 ‘사리에 밝음(明)’이 무엇인지 물었다. 선생님 가라사대 “물에 젖듯이 서서히 스며드는 헐뜯는 말과 피부로 느껴지듯 절박하게 다가오는 하소연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사리에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에 젖듯이 서서히 스며드는 헐뜯는 말과 피부로 느껴지듯 절박하게 다가오는 하소연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멀리 헤아려 사려가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물이 갓 넘은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은 제자 자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스승 공자에게 사리에 밝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공자는 사리에 밝음에 덧붙여 사려가 깊음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사리에 밝음이 지극해지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멀리 헤아릴 수 있어 사려도 깊어질 것이니 둘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공자는 남을 비방하는 말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하소연을 잘 경계하는 것이 곧 사리에 밝음이고 사려가 깊음이라고 하였습니다. 대놓고 남을 헐뜯는 경우라도 한두 번 들으면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가까운 사람이 물에 젖듯이 조금씩 비방하는 경우라면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됩니다. 자신과 상관이 없는 하소연은 법대로 공정하게 혹은 매정하게 판단하고 처리하고서 법이 그래서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하소연이라면 공정하고 매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법에 선처를 요구하고 법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해를 피하려 할 것입니다. 여수시장은 5촌 조카사위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여수시가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기자에게 고소하겠다고 하며 재갈을 물렸습니다. 여수시의 인허가 사항에 대해 몰랐다고 하는 설명보다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투명한 자료 공개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음을 밝히는 것이 사리에 밝고 멀리 보는 사려 깊은 행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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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을 만드는 한 삼태기.문재인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지났습니다. 지지율은 여전히 78%로, 열 명 중 여덟 명은 대통령의 행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지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국민을 우롱하던 언론은 이제는 비판이 언론 본연의 의무라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비판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지는데도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릅니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8월2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연일 서울의 아파트 값이 올랐습니다. 이제는 8·2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조금 진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이 이제는 사람을 잡아먹는 집이 되었습니다. 부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채의 아파트며 건물을 사들여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로 군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겨우 제 몸 누일 공간조차 편안히 얻지 못합니다.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잡아먹는 수단이 되고, 사람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결국 잡아먹는 수단을 쟁취하려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호합니다.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합니다. 살지도 않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게 세금을 물리겠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정부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그 후 정부들은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아 결국 집값을 올렸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집이 서민의 등골을 빠지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한 휴식처가 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끝까지 추진하기를 바라며, 공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進也.”「자한(子罕)」 선생님 가라사대 “흙을 쌓아 산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자면 한 삼태기의 흙만 더 쌓으면 완성할 수 있는데 멈추는 것도 내가 멈추는 것이고, 흙을 덮어 구덩이를 메우는 것에 비유하자면 비록 한 삼태기의 흙을 붓더라고 나아간 것은 내가 나아간 것이다.” 이 장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의 공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멋지게 대구를 이뤘습니다. 산은 높이 솟아 사람들이 치켜 보는 곳입니다. 즉 ‘爲山’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할 수 있는 학문이나 업적을 쌓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구덩이는 낮아서 사람들이 내려 보는 곳입니다. 즉 ‘平地’는 학문이나 업적이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簣’는 삼태기로 요즘으로 보면 흙을 퍼 담는 포크레인의 바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산을 쌓는데 흙 한 바가지가 부족해도 산은 미완성일 것이고, 구덩이를 메우는데 흙 한 바가지를 부어도 그만큼 메워진 것입니다. 공자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것과 시작이 미미하다고 주저하지 말라는 것, 둘째는 ‘내가 멈추는 것이고, 내가 나아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강조한 자기책임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시행한 부동산 정책으로 곧장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을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한 삼태기의 흙은 될 것입니다. 그 정책이 멈추지 않아 평지가 되고 산이 되고, 사람이 귀해지고 아낌을 받을 때까지 멈춤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