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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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맥길로이를 위한 헌사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스코티시 오픈`에서 로리 맥길로이 선수가 우승했다. 이 대회는 디 오픈(THE OPEN) 바로 앞에 열리는 전초전 같은 대회라 관심을 끌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스폰서를 맡아서 한국 골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회 첫날부터 안병훈 선수가 선두로 올라가서, 그의 우승과 디 오픈 출전권에도 궁금증을 유발했다. 셋째 날은 로리 맥길로이 선수가 선두로 올랐고 김주형 선수가 한 타차 뒤진 2위였다. 우승은 로리 맥길로이가 예약한듯 보였다. 하지만 골프의 본 고장 스코틀랜드는 누구에게도 쉽사리 우승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것이 설령 로리 맥길로이라도 약속을 이행하는데 대가를 치러야 했다. 북극에서 불어온 바람이 숲을 흔들었고 황량한 링스 코스를 휩쓸고 지나갔다. 갈매기가 차가운 하늘위로 날아올랐고, 러프의 긴 풀은 종아리를 덮고도 남을 듯 길게 자라 있었다. 깊은 항아리 벙커가 촘촘하게 공이 굴러올 길을 막아섰다. 르네상스 골프장은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먼저 경기를 끝낸 스코틀랜드 출신 로버트 맥킨타이어는 갤러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고 14언더파로 단독 선두였다. 클럽 하우스 리더인 그의 표정은 최선을 다한 선수의 느긋함과 만족감이 보였고 긴장감도 간간이 드러났다. 그가 우승한다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는 25년 만의 쾌거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도 있었다. 16번 홀에서 13언더파로 한 타 뒤지고 있는 로리 맥길로이의 버디퍼트가 남은 상황이었다. 동반 플레이어인 토미 프릿우드와 김주형이 모두 버디를 했고 로리 맥길로이에게 기회가 왔지만 공은 홀 옆으로 비켜갔다. 우승의 문턱에서 미끄러졌을 때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지만 로리 맥길로이도 예외 없이 퍼팅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특히 그는 모든 샷에 능하지만 퍼팅에 기복이 있다. 이 버디퍼트가 빗나갔을 때 우승의 예약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았다. 남은 두 홀이 결코 쉽게 버디를 허락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타는 스스로를 증명할 줄 알아야 한다. 17번 홀에서 로리 맥길로이가 버디로 공동선두에 올랐고 18번 홀의 티샷을 마쳤을 때 로버트 맥킨타이어는 연장을 생각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리 맥길로이가 두 번째 샷을 하기 전에 김주형의 두 번째 샷이 있었다. 그의 공은 그린 옆 러프에 떨어졌는데 아무래도 바람의 영향인 것 같다. 그가 샷을 하려던 참에 바람이 그의 모자를 날려버렸고 그런 장면이 로리 맥길로이에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로리 맥길로이는 4번 아이언을 집어넣고 2번 아이언을 선택한다. 그리고 낮은 탄도로 날아간 공은 핀에 3m 정도를 남기고 선다. 김주형은 3 온 상태에서 파 퍼트를 남겨 놓았다. 내리막의 라인을 검토하고 어드레스 한 김주형은 순간 바람을 감지했는지 자세를 풀었다. 동시에 공은 흔들렸고 김주형은 약간 당황한 듯 경기위원과 얘기를 나눴고 원래 위치에서 다시 퍼팅을 했다. 공은 홀 컵을 휙 지나갔고 부담 가는 보기퍼트가 남았다. 공의 흔들림 때문에 그랬을까.로리 맥길로이의 버디 퍼트이자 챔피언 퍼트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때문에 조연의 자리를 빨리 내려오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김주형은 보기 퍼트에서 조금 서둘렀고 그마저 빗나가 3 퍼트 더블 보기로 마감한다. 김주형이 더블보기로 내려온 그린 위에는 로리 맥길로이가 마지막 바람을 맞으며 홀 컵을 노려 보고있었다. 그의 퍼터를 떠난 공이 빨려들 듯 홀로 사라지자 숨죽이던 갤러리들이 환성을 질렀다. 타이거 우즈를 이을 후계자로 로리 맥길로이를 지목하는 사람들이많다. 그는 스타가 가져야 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미켈란 젤로의다비드를 연상시키는 몸매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스윙, 엄청난 비거리와 정교한 숏 게임은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한다. 공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 때문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명성에 비하면 PGA24승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디 오픈(THE OPEN)에서 2014년에 그가 이뤘던 우승을 기대해 본다. 스타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람이라면 로리에게 그 자질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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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자라는 나무 (上)D- 365 작년에 제주도 (돌 문화 공원)에서 썼던 엽서가 오늘 집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를 여행하다 들렀던 (돌문화 공원)에서 서로에게 보낸 엽서다. 이제 일 년의 시간이 지나 수취인에게 전달된 거다. 우편물 수거함에서 세 장의 엽서를 발견했을 때는 좀 놀랐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고 있던 어떤 물건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내가 쓴 글을 읽는 쑥스러움으로 엽서를 보자 한 자리에 앉아 엽서를 고르고 쓰던 그때가 생각났다. 셋이 보낸즐거운 시간과 행복했던 순간이 추억의 이름으로 다가왔다. 붉은색의 숲길이 녹색잎과 대비되던 비자림 숲과 다리를 사이에 두고 밀물에는 호수가 되고 썰물에는 모래바닥을 보이던 숙소 앞의 한적한 바닷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를 느낄 수있었던 유민 미술관은 미로를 찾듯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그 깊은 곳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아르누보의 유리 조형품들.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식당 뒤편으로 펼쳐진 붉은 노을과 그곳에서 만났던 고양이. 어디였을까? 노년의 부부 여행객을 만난 곳이. 흰머리의 구부정한 남자는 백팩을 메고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사연이 있겠지'하며 지나쳤던 것 같다. D-280 그리고 한참이 지났을 때 아내가 불쑥 물었다. "어머니 모시고 제주도 여행 한번 갈까? "어머니는 허리가 좋지 못해 지팡이를 짚어야 하거나 노인용 유모차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차멀미는 하지 않아서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두 분을 태우고 다니다 보면 뒷자리에서 다투듯이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도로와 지명에 관해 서로 우기느라그랬다. 예를 들면 지나온 터널이 몇개였다는 둥, 아까 지나온 터널보다 금방 지나온 터널이 좀 더 길다는 따위의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휴게실에서 아버지를 기억해 떠올리고 한참 동안 그때 얘기를하신다. 91세의 나이에도 아직도 기억력이 좋은 걸 보면 다행이다 싶고 길가에 세워진 새로운 건물을 보면 호기심 많은 소녀처럼 물어본다 길을 잘못들어서 조용히 유턴해서 가려고 하면 금방 눈치채고 민망함에 꼭 한마디를 보탠다. " 음마, 아까 왔던 덴디?? " D-234 아내가 제안한 `제주도 여행`은 누나 식구와 의견 일치를 이뤄 정작 당사자인 어머니만 빼고 우리끼리 진행하기로 했다. 어머니에게 비밀에 부친이유는 미리 알았을 때 일어날 불상사때문이었다. 아마 알고는 절대 안 간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전에 고령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하룻 사이에 돌아가신 어른들을 보다 보니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내년을 기약하지 못한다. 어찌 될지모른다. 고모도 그랬다. 그해 여름 복숭아를 보내드렸더니 달고 맛난 복숭아를 보내줘서 잘 먹었다고 연락이 왔다. 내년에도 사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가을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 어머니에게 알리지 못한 이유는 혹여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미리 알려드렸다가 동티 날까 싶은마음이 있었다. D-9 일주일쯤 남겨두고 어머니에게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말씀드렸다. 준비는 다 끝났고 옷가지 몇 개만 챙겨서가면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안 간다고 완강하게 말했다. 막내인 나는 어머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한다. 결혼 후 몇 년 지나서 호칭을 바꿔볼까 싶은생각에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존대어를 써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라고 부르는 순간 알았다. 그렇게 부르는순간 `울 엄마`가 사라지고 새어머니가 생겨나고 있음을. 그래서 나는 결혼 후 삼십 년이 지나도록 엄마와 너나들이를 하면서 존대어를 쓰지 않는다. 그걸 마치 막내의 특권인 것처럼 우기면서. 아직도 나는 반말로 떼를 쓰고 반찬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니 어머니가 안 간다고 해도 나에게 말이 통할리 없었다. "돈 쓴디 머 하라 돌아 댕긴다냐?" " 걱정 말소. 제주도 사는 친구가 다예약해 부러쓴께요. 가방에 엄마 짐만챙겨서 여 불소." 나는 우격다짐하듯 말하고 미리 준비해 간 작은 캐리어를 놓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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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의 양심과 ‘니버의 기도’누군가 당신의 ‘알까기’를 보고 있다. 오랜만에 동문 골프대회에 갔다. 한동안 못 갔는데 분위기를 잘 띄우던 후배 한 명이 보이질 않아 물었다. “걔??? 쪼잔해서 부르지도 않아.” “무슨??” “걔하고 공치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겨. 미리 공을 흘려놓고 화단으로 간 공을 찾으러 가서는 돌아 나오면서 ‘여깄 ~다’하질 않나.” 얘길 들었는지 곁에 있던 후배가 거든다. “ ‘알까기’정도는 참고 넘어가. 문제는 자기가 안될 때 게임을 훼방 놔버려. 심지어 남의 공을 발로 차 버리기도 한다니까.” 골프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골프매너’에 관한 사례는 엇비슷하고 재미있지만 뒤끝은 씁쓸한 느낌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끼리 내기하면서 벌어지는 ‘알까기’를 골프 룰에서 찾는다면 ‘오구 플레이’상황쯤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다른 골퍼의 공을 자신이 치는 것이라는 ‘오구 플레이’는 2 벌타가 주어지지만 다음 티잉 그라운드에서 스트로크 하기 전까지 오구 플레이에 대한 정정이 없는 경우 실격처리까지 되는 심각한 룰 위반이다. 얼마 전 ‘오구 플레이’로 중징계를 받은 윤이나 프로도 자신의 공이 아님에도 플레이를 계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수 생활에 타격을 입었다. 매 홀 내기를 하면서 라운드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샷이 잘 되지 않는 날이면 멀리건도 하나 받으면 좋을 것 같고, 스코어도 트리플 이상은 안 세면 좋을 것 같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실수한 어프로치는 타수에서 빼고 싶기도 할 것이다. ‘오구 플레이’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오소 플레이’가 있다. ‘오소 플레이’는 구제받은 볼을 드롭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기도 해 뒤늦게 벌타를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이하게 그린에서 ‘오소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사례는 렉시 톰슨의 경우였다. 이 사건은 티브이 중계 도중 시청자의 신고로 밝혀졌다. 렉시 톰슨은 볼을 마크한 후 다시 퍼팅하기 위해 볼을 내려놓면서 위치를 살짝 옮겼는데 그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후 벌타를 받은 렉시 톰슨은 우승 경쟁에서 밀려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선 그린에서 벌어지는 ‘오소 플레이’를 ‘동전 치기’ 라고 부른다고 한다. 동반자들이 그린을 살피며 자신의 볼이 가야 할 방향을 살피고 있을 때, 퍼팅하느라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슬며시 자신의 볼 마커를 옮겨놓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골프는 매 상황이 선택이지만 ‘오구 플레이’와 ‘오소 플레이’를 보면 골프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미국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한 김주형 선수와 패트릭 캔틀레이의 마지막 홀 승부는 골프에서 선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경기였다. 김주형과 동타를 이룬 패트릭 캔틀레이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관목 사이로 갔고 공교롭게도 볼은 가지 사이에 걸려있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첫째는 언플레이어블 선언 후 그린을 보고 치는 것과 레이업 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가지가 부러지든 클럽이 망가지든 볼을 페어웨이로 꺼내는 것이었다. 첫 번째 선택은 파 이상의 스코어를 생각해야 하고 두 번째 선택은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파 세이브를 할 확률이 있었다. 김주형은 페어웨이에 잘 보낸 상태였다. 패트릭 캔틀레이는 ‘아이스 맨’ 이란 별명답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캐디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결국 가지 사이에 걸린 볼을 치기로 한다. 볼은 가지 사이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고, 진행자의 예측대로 우승은 김주형에게 돌아갔다. 패트릭 캔틀레이가 언 플레이어블을 선택했다면 확실한 2위를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선수의 무모한 선택을 나무라지 않았다. 골프가 잘 되는 날에는 선택이 비교적 순조롭다. 어떤 자신감인지 확신이 생기고 믿음이 있다. 그래서 클럽 선택도 빠르고 잡념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망설여지는 날이면 선택도 느려지고 선택 후에도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실수를 하곤 한다. 골프는 선택으로 시작하고 선택한 후의 결과가 확실하다. 사람의 본성 중에는 자신의 잘못은 쉽게 눈 감고 타인의 실수에는 엄하게 지적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동반자들과 내기를 하다 보면 상대를 속이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간혹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골퍼의 양심에 달렸지만 ‘니버의 기도’가 해답을 줄지 모르겠다. 신이시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할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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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어떤 운동 종목이든 랭킹 간의 실력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대적인 경기에서는 확연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며칠 전 열린 한국과 브라질과의 축구경기를 통해서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랭킹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이기면 `이변`이라고 하거나 `기적`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고 쓴다. 하지만 골프에서 랭킹은 불가해한 측면이 있다. 랭킹이 높은 선수가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가끔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는 경우도 있고 앞 대회 우승자가 이번 주 대회에서는 컷 탈락을 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골프가 자연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요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오전에 플레이한 선수들과 오후 조의 선수들의 성적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날씨가 성적에 미친 영향이라 할 것이다. 자연에서 치러지는 경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도 하는데 무어라 딱히 말하기 곤란할 때 그것을 `운`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슬라이스를 그리며 날아가 카트도로 옆 숲으로 날아간 공이 멀쩡하게 살아서 페어웨이에 놓여 있다든지, 벙커로 들어가던 공이 고무래에 걸려있다든지, 탑핑으로 잘못 친 어프로치가 홀컵의 깃대에 맞고 홀 옆에 서버리는 경험 정도는 아마추어라면 한 번쯤 하지 않았을까. 이런 `산천초목이 돕는 날 `아마추어 골퍼는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친다고 한다. 프로 선수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이경훈 선수는 우승 인터뷰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또 한 번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이 꿈만 같다, 이상하게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마치 (골프의) 신이 도와주는 듯 경기가 잘 풀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회 전까지 부진했지만 이 우승으로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날린 것 같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골프 대회 우승자를 예측하기는 다른 스포츠 대회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최근 열린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 코리아 먼싱 웨어 매치 플레이`, 한국 여자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 대회만 봐도 모두 예상 밖이었다. 매치 플레이로 펼쳐진 두 대회에서 탑 시드의 선수는 모두 탈락했고 첫 우승자들이 나왔다. `데상트 코리아 먼싱 웨어 매치 플레이`의 우승자는 박은신 선수였고 프로선수 데뷔 12년 차였다.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대회 우승자는 홍정민 선수였는데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 선수를 8강에서 이기고 결승에 올랐고 거침없는 신인 이예원 선수에게 16번 홀까지 끌려가다 두 홀의 승리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장갑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승부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일어났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찰 슈왑 챌린지`에서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친 스코티 세플러는 5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날 7 언더파를 몰아친 샘 번스가 9 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마쳤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의 예상은 스코티 세플러의 5승과 2위와의 타수를 몇 타 차이로 승리할 것인지에 쏠렸다. 그는 세계랭킹 1위고 올해만 4승째를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3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먼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켜서 최상의 컨디션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코티 세플러는 2 오버파로 라운드를 마감했고 결국 샘 번스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승리의 저울은 연장전에서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8번 홀(파 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샘 번스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프린지에 놓여있었다. 그린 밖에 놓인 상태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하는 샘 번스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동이 화면에 잡혔다. 11.5m의 긴 거리였다. 프린지를 통과한 공은 매끄러운 그린을 타고 흐르더니 홀로 떨어졌다. 극적인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3라운드까지 샘 번스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골프 대회의 승자는 이처럼 속단하거나 확신하기도 어렵지만 어떨 때는 마치 누군가 점지한 것처럼 일어나기도 한 것 같다. 물리학자들에게 경구 같은 문장이 있는데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가 그것이다. 물리학자 박권 교수가 쓴 책의 제목으로도 유명한 이 문장은 양자 물리학을 인간관계에 확산하면서 `만날 사람은 만난다`라는 말의 이론적 증거처럼 함 께 쓰이기도 한다. 골프 대회의 우승 순간을 보면서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것이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해온 선수의 땀과 열정과 시간이 만든 파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파동은 남모르게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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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치는 골퍼’‘연습 벌레’ 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하고 열심히 연습장을 나오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의 연습 강도는 남 달랐는데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간간히 담배를 피우거나 차를 마시기 위해 모여 잡담을 하다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을 남김없이 연습하는데 쓰는 친구였다. 하루는 연습하다 땀을 닦으려고 클럽을 쥐고 있던 왼손을 펴려는데,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고 그립에 붙어버린 느낌이 들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조개에 달라붙은 불가사리처럼 손가락이 그립을 움켜쥐고 있어 오른 손가락으로 하나씩 하나씩 떼어놓았다고 말하면서 계면쩍게 웃었다. 한 번도 연습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친구였다. 한 동안 연습장에 안 보여 무슨 일이 생겼나 했는데 시골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골에서도 그냥 지내지는 않았을 것 같아 물었더니 ‘역시나’ 였다. 발령 난 곳이 바닷가에 가까워서 점심 식사 후에는 백사장에서 ‘벙커 샷’연습을 하고 일과가 끝나면 실내에서 연습을 했는데, 사무실 바닥에 의자에 깔던 대나무 방석을 놓고 시장에서 사 온 콩을 치는 연습을 했다고 했다. 콩을 맞추는 연습은 아이언의 다운 블로를 확실히 느낄 수 있고 임팩트 순간의 감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고 부연해 주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연습장에서 빈스윙을 하는데 이 말이 생각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빠르고 느리다는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각각 일정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사람들이 스윙에 몰입하고 있었다. 연습장에서는 일정한 방향을 설정하고 같은 스윙을 해보지만 칠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이 들었다. 평평한 연습장 매트에서 같은 클럽으로 매번 같은 마음으로 같은 스윙을 하면서 같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꼭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은 인생을 강에 비유했던 명언이지만 골프에 적용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매번 같은 스윙을 하지만 느낌은 늘 다르다.” 골프 라운드를 할 때는 머릿속이 혼미해서는 안된다. 좀 전에 잘못 친 샷을 머릿속에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흐르는 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늘 새로운 강물이 오고 그 강물에 발을 적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흘러간 물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상황은 새롭고 처음이고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매 홀마다 비슷한 경우는 있어도 꼭 같은 상황은 없다.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집중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럴 때 확신이 생긴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무장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럴 때 골퍼는 명쾌해진다. 망설임이 없이 확신에 찬 샷과 스트록을 하게 된다. 드라이버는 명징한 소리를 내고 그린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골프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모든 스윙은 같다. 퍼팅은 가장 작은 스윙이다.’ 라고 말했다. 항상 이 말을 가슴에 담았다. 퍼팅을 할 때도 드라이버를 칠 때도 리듬과 템포만 생각했다. 그 이상의 기술적인 부분은 따로 연습장에서 논의했지만 ‘모든 스윙은 같다’고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연습을 열심히 하던 친구는 로우 핸디 골퍼가 되어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습 중이다. 그가 친 것이 콩이었는지 솔방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립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떼어 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움켜쥐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삶이기도 골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