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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의 핵심은 무엇일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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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의 핵심은 무엇일까(3)

시창작의 핵심은 무엇일까(3)
--공간(空間)과 시(詩)의 함수

이민숙.png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연구소 소장 , 시인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 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 ... ...

 

 

--<지리산의 봄 1>-뱀사골에서 쓴 편지, 부분/

고정희/ 지리산의 봄/문학과지성사

 

 

**그녀에게 지리산은, 뱀사골은 얼마나 절실한 사랑의 공간이었던가! 시대의 아픔과 존재의 고독한 서사를 지리산만큼 받아줄 곳은 없었다. 그녀는 끝없이 그 공간을 밟았으며 젊고 야성적인 생의 시간을 노래했다. 참담했던 역사와 비릿한 운명에의 예감처럼 지리산을 춤췄고 질리도록 썼다. 지리산은 그녀의 청청한 펜이었으며 땀방울이었다.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삼십 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 내리고/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소리/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구름처럼 바람처럼/승천합니다” --<지리산의 봄1> 부분

 

 

**우리의 지리산을 고정희는 그대의 지리산으로 그대의 지리산을 살아있는 영혼들의 웃음소리로 가버린 영혼들의 슬픈 노래소리로 후여후여 우르르우르르 우레소리처럼 승천시킨다. ... ...그녀는 그곳에서 또한 신화적으로 살과 뼈마저 거두며 승천하였다.(그때 나이 43)

199169.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유고 시집을 남기고, 그녀는 지리산 맑은 계곡의 흐름처럼 크나큰 여백을 남겼다. 웅혼한 그 여백, 고정희 정신이 되어 지리산의 물소리 바람소리로 불렀던 열사들처럼(‘지리산의 봄9’에서 포효한 그 이름들, 김주열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우리 곁에 남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와라

세석고원 구릉에 파도치는 철쭉꽃

선혈이 반짝이듯 흘러가는

분홍강물 어지러워라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고

발아래 산맥들을 굽어보노라면

역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 ...

 

 

저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고요하게 엎드린 죽음의 산맥들을

온몸으로 밟으며 넘어가야 한다

이 세상으로부터 칼을 품고, 그러나

서천을 물들이는 그리움으로

저 절망의 능선들을 넘어가야 한다

... ...

 

 

<지리산의 봄 4-세석고원을 넘으며> 부분/고정희/지리산의 봄

 

 

**80년대의 그 피묻은 꽃잎들이 세석고원에 파도친다. 서천을 물들이는 그리움이라... ... 그 절망의 시대를 넘어가야 한다는 절규가 지리산으로부터 뜨겁게 메아리친다. 고정희는 지리산에 갔다. 지리산을 울었다. 역사를 품고 칼을 품고 진저리치는 슬픔 속에서 빙산 갈라지는 쩍쩍 소리를 들으며 고향의 들판처럼 걸어걸어 당도해야 한다고 한다. 드디어 우리가 당도한 곳은 그 어디인가! 자운영꽃 아득한 고향의 들판인가? 끝내 잃어버린 그곳을 그대는 썼는가? 그토록 갈망한 시의 수평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시창작은 아득히 멀어져가는 공간의 맥락을 바느질해야 하는 수선쟁이(시인이야말로 시대의 바느질 장인)의 새벽인 것이다. 이렇듯 시인의 발걸음 하나하나 공간 한 처소 한 열망은 시가 되어 꽃 피어난 것이다. 그런 공간 그대는 가졌는가?

 

 

비 오는 날엔

금당댁 할머니 약 사러 온다

인기척에도 울컥 일어서는 가슴

편도부터 기관지까지 무성하게 뻗은 세균들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의 바이러스

집 나간 아들 걱정

 

 

지침이 많이 나 머리도 톱질하는 것 맹키로 아프고 온삭신이 절구가 내리치는 것 같당께 잘 지줘 한 방에 낫게

 

 

온전한 것이라곤 겹겹이 속옷 껴입은 마음뿐

그것마저 놓으면 가벼워질 텐데

밤마다 이불 덮어주고 싶은

아드님은 꼭 돌아올 거예요

색색의 알약 내려놓고

할머니의 거북손 잡아주었다

 

 

--<겨울 처방>/김청미/청미 처방전/천년의시작

 

 

오늘이라도 팍 죽어버렸으면 좋겠구만

목숨은 왜 이리 고래 심줄처럼 질긴지

산목숨 맘대로 끊어버릴 수도 없고

자다가 영영 눈 감으면 원이 없겄어

오래 살먼 살수록 자식들이 고생이랑께

근께 나헌테 더 약 먹으란 소리 말랑께

 

 

근께 약을 자셔야지요

갈 때 가더라도 건강하게 살다 가야지

산송장맹키로 자리에 누워

벽에 똥 바름서 자식들 힘들게 하먼 안 되니께

이것저것 약을 먹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자식들 맘 편하게 하는 것이랑께요

 

 

--<우째야 쓰까?>/ 김청미/청미 처방전/천년의시작

 

 

**저곳은 화자(시인)의 직장인 약국이다. 약사와 환자 사이의 대화가 시의 중심결이다. 약국에서나 주고받을 수 있는 생로병사의 풍경 언어들, 무엇 하나 만만치가 않다. 죽고 싶다 약 먹기 싫다 집 나간 아들이 안 돌아온다, 거북손 할머니의 꺼칠한 마음이 가여워서 어쩌나... ...약사의 처방으로 받아드는 건 마음! 한 위로를 뒤로 하고 가는 할머니 그 공간을 서러움으로 채운다. ‘겨울 처방’ ‘우째야 쓰까?’ 얼어붙은 생의 상처들, 그 사유가 공간의 미학 아닐텐가!

 

 

**꼭 어디라고 특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치자. 그러나 시적 체험은 정신만은 아닐 터, 글이란 어떤 경험이든 추상이든 일단 살아버린, 살고있는 이 공간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곳이 씨줄이라면 날줄이라는 시간은 필요충분조건! 아무리 텅 빈 삶의 지향점이라 해도 시적 체험은 향기롭고도 정결하거나, 피비린내 나는 목숨이 오고가거나, 어둠과 빛의 양면적인 체험을 달고 다닌다.

 

 

북위 45동 동경 160. 바다에 부딪히는 바람의 피리소리 집어등 아래 부서진다. 하늘 향해 고개 들어도 마음은 자꾸 가라앉는다. 떠나온 날 만큼 남은 돌아갈 날. 아직 어창은 반도 차지 않았는데 외로움 벌써 가슴 채우고 남는다. 무선 침묵시간 3, 송신 버튼 누르지 않고 하나하나 불러보는 이름. 해도 위 항로 짚어보면 눈은 손보다 먼저 고향땅에 닿는다. 망망대해 뜬 보름달은 고향집 창도 넘겨다 볼 것이다. 아내는 뒤척이다 그 달빛 덮고 잠들 것이다. 쿠릴 열도 따라 흘러오는 빙하 녹은 물결에 월광이 얼고, 선원 침실에는 잠들지 못하는 외로움들이 흔들리고 있다.”

 

 

--<북태평양은 잠들지 못한다> 전문/이성배/이어도 주막/애지

 

 

**먼 먼 대양의 어느 지점, 그곳이 어디인지 우리는 가보지 못했다. 아니 지나쳐본 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망망대해의 저 외로움이나 고향에 두고 온(2의 공간) 달빛을 화자는 쿠릴 열도 어딘가의 바다, 빙하 녹는 물결 속에서 보고 있다. 공간의 시작은 북위 45도 동경 160(1의 공간), 그것만으로도 시는 성공이다. 상상의 거친 물결 속으로 금세 데려다준다. 역설적인 것은, 되돌아보며 돌아갈 손바닥만한 고향땅이 다시금 시(독자)를 적신다. 시는 곧바로 출렁! 흔들린다. 갈수록 태산이다. 공간의 궤적을 더 바랄 것도 없다. 시창작의 산실은 이렇듯 각자의 체험 속에서 뜨겁게 번뜩이고 있을 터!

 

 

늙거나 상처가 심해 떠오를 힘조차 없으면

고래는 숨 쉬지 못해

바다에서 죽는다

허파가 터지기 직전의

긴 들숨으로 고래 살아가듯

사랑은 서로의 호흡 가슴으로 마시는 것

고래가 숨 쉬지 못해 바다에서 죽듯

당신 가슴에 사는 내 사랑도 그 가슴에서 죽는다

삶은 들숨 날숨 고르게 쉬는 것

사랑은 마음에 피우는 한 송이꽃

바다를 사랑한 고래는

바다 깊어 빠져 나오지 못한다.”

... ... ...

 

 

--<고래는 바다에서 죽는다> 부분/이성배/이어도 주막/애지

 

 

**그의 바다는 끝없는 시적 공간이며 서사의 난장이다. 공간을 헤엄치는 고래가 곧 시를 헤엄치는 바다를 숨 쉬는데...시를 들여다보는 독자는 꼼짝없이 빠지고 만다. (바다)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단 말인가! 죽는다 고래는 바다에서 그대는 사랑 속에서, 어느 날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시의 경지인가? 그 공간은 시간을 담보하고 있지 않을 것만 같다. 빠지면 죽고 마니까. 화자의 바다 바다 그리고 또 바다, 설레임 속에서 풍덩 빠져버린 공간의 함몰지경이 시의 새 탄생지점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시는 파도치듯 바다의 푸르른 공간을 날고있다 그러므로 받아쓰기하라 어느 곳(공간은 무한대!)에 가면 연필에 침 발라 곧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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