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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슬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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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슬링 사랑

타이슬링 사랑

김상훈.jpg

김상훈 수필가 

 

 

작년 10월 가을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주말의 어느 날, 친구 우경(愚耕)이 누런 사각봉투 하나를 나에게 주었습니다.

 

 

속엣것을 꺼내 보니 익살스러운 안동 하회탈을 형상화해서 만든 짙은 갈색의 목제 타이슬링 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외출할 때 일일이 넥타이를 매번 매기도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고 해서 두어 개의 타이슬링을 구한 뒤 그때그때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사용해보니까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내가 아무래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이니까 자기와 외출할 때는 매지 않은 것이 좋겠다고 해서 좀 어정쩡함을 유지하고 있는 와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하회탈 타이슬링을 본 순간 내 취향에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경의 얘기인즉슨 이렇습니다.

 

 

안동의 충효당에서 열린 전국 종가() 모임에 갔을 때 (그는 홍주송씨 이요당파 광길종가 12대 종손임) 거기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안동의 상징이랄 수 있는 하회탈 타이슬링을 하나씩 선물하더랍니다.

 

 

그래서 내 생각이 나서(라기보다는 우경 특유의 장난기 발동이라고 여겨집니다만) 주최 측에다 하나를 더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물론 더 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꼭 한 개가 더 있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면서 끈질기게 요구했더랍니다.

 

 

우리 형제는 쌍둥이이고 이번 행사에는 형편상 동생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심한 감기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선물을 나만 가지고 가면 동생이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참석하지 못했음에 몹시 서운해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받은 선물을 동생에게 주기도 쉽지 않으니까 다시 한번 재고해 달라는 간곡한 얘기 끝에 어렵게 하나를 더 구했다는 겁니다.

 

 

나는 그의 기지와 익살이 신통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우경을 만날 때는 어김없이 기분 좋은 사연이 있는 이 타이슬링을 매겠다는 약속을 그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든 어느 날, 우경과 내가 같은 타이슬링을 한 것을 우연이 본 심송(尋松)이 어떻게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두 사람이 똑같은 것을 착용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경은 여차여차해서 그렇게 됐어, 라고 얘기했을 때 그 설명을 듣던 심송은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매고 있으니까 보기에 참 좋네, 하면서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 후 한 달여쯤이 지날 무렵 나는 또 하나의 타이슬링을 선물 받게 되었습니다.

 

 

심송이 인근의 중고등학교 교장단으로 구성된 모임에서 안동의 도산서원엘 여행했는데 은악양선(隱惡揚善, 남의 나쁜 점은 덮어주고 좋은 점은 널리 알린다, 중용에서 유래). 이라는 퇴계 이황 선생의 가르침 글이 새겨진 네 모 반듯한 철제 타이슬링을 내게 선물 한 것입니다.

 

 

나의 성향에 꼭 맞을 것 같아서라는 정겨운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그 후, 나는 우경을 만날 때는 하회탈 제품을, 심송을 만날 때는 은악양선을 가능한 한 매기로 작심하였습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두 친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며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예의이며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사연이 깃든 선물을 받은 나로서는 두 친구에게 알뜰한 믿음으로 보답하고 동시에 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고마움의 증표로 보여지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타이슬링의 편리한 점은 넥타이보다 간편해서 좋고 한겨울이나 여름철에 굳이 정장을 안 해도 어지간한 자리에는 결례가 되지 않으며 티셔츠나 스웨터를 입을 때에는 목 부분을 좀 조여서 착용하면 추위를 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여름철에는 늘어져서 볼품이 한창 떨어진 감추고 싶은 목주름을 슬며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어서 두루두루 좋았고요,

 

 

그뿐만 아니라 내가 타이슬링 한 것을 본 지인이나 이웃들이 참 잘 어울린다, 당신의 스타일과 매치가 되어 되게 좋게 보인다, 어디서 구했느냐 글씨의 뜻은 무어냐 등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설명과 대답을 할 수 있어서 친구들께 받은 선물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돈의 액수로 친다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나로서는 절친에게서 받은 이 안동산(安東産) 타이슬링은 갈수록 나의 최고의 깔맞춤과 액세서리가 되어서 외출할 때마다 늘 같이하고 있음을 매양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고 아내도 이제는 동조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타이슬링을 착용하고 외출한 후 귀가했을 때는 어김없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줄을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나만이 사용하고 있는 상자에다 정성들여 보관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뭐가 그리 중해서 그토록 애틋하게 깊은 장롱 속에다 모시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을 때도 더러 있지만 앞으로 나는 줄이 낡았거나 헐거워져서 타이슬링 으로써의 기능을 조금씩 잃어간다고 할지라도 고지식하고 융통성 부족한 내 방식대로의 보관법을 견지(堅持)하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것은 두 친구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살아갈 날들이 그리 오래지 않다는 생존의 엄중함이 진득이 떠 오를 때마다 타이슬링에의 애절함과 애정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리라고 여겨집니다.

 

 

나의 생이 다 할 때까지 좋은 친구들과 같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곧장 행동으로 이어졌듯이 그 마음과 행동의 매개체인 이 타이슬링은 내 삶의 소소한 기쁨과 여유로움을 나에게 알려주는 생명줄로써의 존재임을 명증(明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갈수록 애착이 가고 사랑스러워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즈음의 기상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행복의 전달자인 두 친구에게 그 수혜자인 소월정(笑月亭) 주인이 보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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