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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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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서서

오월에 서서

이민숙.png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뒤뜰 언덕에 아카시아꽃 하얗게 필 때

 

 

홀연히 사라져버린 오빠 그리워

 

 

동생들과 꽃잎을 씹어가며 울던 그해 오월을 생각한다

 

 

 

유리구슬처럼 눈망울이 반짝이던

 

 

우리 오빠는 몇 달을 감옥에서 살다 나온 뒤로

 

 

 

초점을 잃게 뒤돌아서 잠만 자다 잠꼬대를 하는 소리에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지던 그해, 여름의 끝

 

 

 

해마다 언덕에 아카시아꽃 흐드러져도

 

 

울 오빠 빛나던 눈동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하고 부르는 소리에도 깜짝 놀라 웅크리던

 

 

그렇게 그렇게 사십여 년 세월이 흘러왔는데

 

 

 

울렁울렁 아카시아꽃 피는 오월이면

 

 

오빠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아직도 묻지 못한 말이 있는데

 

 

 

그해 감옥에서 구타와 고문에 잃어버린

 

 

구슬처럼 빛나던 눈동자는 어디에 두고 온 건지

 

 

제복 입은 장정들이 지나만 가도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만 외쳐보는

 

 

 

오빠, 아카시아 꽃 피는 오월이 오면 찾으러가자

 

 

 

-오미옥, <아직 묻지 못한 말> 전문/ 2023, 오월문학제 시화작품집

 

 

 

그 음악이 울릴 때 우리는 밖에, 안개 속에 있는 동료들이 로봇처럼 행진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영혼은 죽어 있었다. 음악은 바람이 낙엽을 날리듯 그들을 떠밀며 그들에게서 의지를 몰아낸다. 의지 같은 것은 이제 없다. 북소리 박자가 걸음이 되고, 반사작용으로 지친 근육을 잡아당긴다. 독일인들은 이 점에서 성공했다. 1만 명의 동료들은 단 하나의 회색기계들이다. 그들은 정확할 정도로 결연하다. 생각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걸을 뿐이다.

 

 

들고 나는 행진에 SS가 빠지는 일은 결코 없다. 저들이 창조한 이 안무, 죽은 인간들의 춤, 안개에서 나와 다시 안개로 나아가는 분대의 모습을 구경할 권리를 누가 저들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가? 저들의(나치의 -인용자) 승리를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부분

 

 

 

 

 

인간에게 묻는 일, 인간답지 못 한 그런 일을 두고 던지는 물음, 그건 잊을 수 없어서 또한 그러할 것일 터, 오월 광주가 그러하며 사월 제주와 세월호가 그러하며 이태원 사태가 그러하다. 아니 그보다 얼마나 더 많은가! 셀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역사의 핏빛 시간들은 차마 잊을 수 없고 잊지 못해 참담하다.

 

 

올해 오월문학제는 오월항쟁 43주기의 전체를 일순 불러온 행사였다.

 

 

오월의 정의, 문학의 실천으로! 라는 한 마디를 내세웠다. 무엇이 정의이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오월은 왜 아직 어둠이며 신화적 올빼미의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는가.

 

 

오월 광주는 아우슈비츠의 미메시스라도 된다는 말인가? 현재도 한국 사회에선 인간일 수 없는 권력자와 그의 하수인들이 오류의 잿빛 가로등을 켜고 있다.

 

 

모든 사건들은 조작되고 검찰들만이 정의의 칼날을 움켜쥐고 있는 냥 겁박하고 있는 나라. 거대한 쇠사슬이 한반도를 옥죄고 있다.

 

 

구슬처럼 빛나던 시인의 오빠의 눈동자는 어디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건가?

 

 

사회적 건강성으로도 그 기억을 치유할 수 없을진대... ...잃어버렸다 또 잃어버려야 할 것 같다. 영영 찾아낼 수 없는 오월의 정의, 아니 사계절의 정의가 흙탕물에 젖어가고 있다.

 

 

오월항쟁기념탑 뒤 새로 조성된 묘역에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리영희 선생님을 참배하고 왔다.

 

 

술 한 잔 따르고 왔다. 말의 정의와 글의 결기에 빛나던 바른 언론인 리영희의 묘소 앞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언론을 생각했다.

 

 

누가 시대의 배반자들인 언론인들의 정신에 채찍질을 가할 수 있을까!

 

 

구 묘역에 안장된 시인 김남주는 시로 그 묘안을 일갈했다.

 

 

"대지로부터 곡식을 거둬들이는 농부여

 

 

바다로부터 고기를 길러내는 어부여

 

 

화덕에서 빵을 구워내는 직공이여

 

 

광맥을 찾아 불을 캐내는 광부여

 

 

돌을 세워 마을에 수호신을 깎아내는 석공이여

 

 

무한한 가능성의 영원한 존재의 힘 민중이여

 

 

( .... ....)

이제 빼앗는 자가 빼앗김을 당해야 한다 "

-<민중> 부분/ [김남주 평전]/ 김형수

 

 

김남주 생애를 완벽에 가깝게 복원해 낸 김형수의 저서 [김남주 평전]이 올해 오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서 김형수는 말한다. "고백하건대 '지금 이곳'의 내가 김남주를 기억하는 일은 날마다 닥쳐오고 있는 '허황한 미래'에 대한 저항의 서사를 놓치지 않으려는 한 수단이었다.

한때 그의 시는 정치적 태도 때문에 칭송되었으나 이제 삶의 위대한 여정을 이끈 정신적 유산으로 재평가되고 연구되어야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촛불'같은 영혼들이 김남주 이야기를 꼭 간직했으면 좋겠다.

 

 

오월의 촛불이여 타오르려 하는가? 세상의 영혼들이여 이제 곧 위대한 여정으로서의 한 인간 김남주의 동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누구에게나 밥 한 공기는 소중하다. 이팝꽃 피는 망월동에서 우러렀던 민중이라는 밥 한공기의 정의를 생각하는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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