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진 (전)여수넷통 대표, (현)여수시민 감동연구소 소장 

돌산 대미산과 소미산 사이 수산과학관이 있는 곳을 무릎이 없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무슬목'이라고도 하지만 '무술목'이 맞다. '무술목'은 정유재란이 일어난 다음 해 무술년(1598)에 이 충무공이 크게 왜적을 무찌른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막만 바다에서 무술목을 바라보면 동서 바다가 연결되게 보이기 때문에 왜군들은 도망가던 우리 수군을 추격하였고, 매복했던 수군이 적을 공격하여 60여 척의 왜선과 300여 명의 왜군을 섬멸하여 지금도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그 무술목에 바다 호수가 만들어졌고, 선거 때마다 미국 FDA가 청정 해역으로 지정한 가막만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비다호수를 터서 동서 바닷물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66년 정부의 식량 증산 정책에 따라 논으로 조성한다는 조건으로 전남도로부터 서울 거주 이 모 씨가 매립을 허가받았다. 이 씨는 바다를 메워 농토·목장 등을 만들겠다고 해놓고는 실제 매립공사는 하지 않았다.

그 후 매립목적이 몇 차례 변경되고, 준공기한 연장 과정을 수없이 거쳤다. 전라남도는 1983년도에 준공인가를 해준다. 아직 바다 상태임에도 이곳을 매립목적인 '농지조성(초지)'이 된 것으로 간주하고는 전라남도가 '공유수면매립공사 준공인가'를 해주었다.

1983년 준공 때까지 17년 동안 투자한 것은 1㎞에 이르는 둑을 쌓는 제방 공사뿐이다. 둑을 쌓는 일도 마을 사람들이 논을 만든다고 해서 참여했다고 말한다. 이 씨는 둑이 완공되자 40여 일간 양수기를 동원해 방조제 안 바닷물을 퍼내 바닥이 드러나게 한 뒤 당초 예정과는 다른 ‘목장용지’로 준공 검사를 받았다.

바다가 목장용지가 되면서 국가 소유 바다가 개인 소유의 토지로 변한 것이다. 실제 목장용지로 사용하지도 않고, 바다임에도 1983년 준공 이후에도 90% 이상 침수상태로 계속 방치돼있어 2000년도 여수시의회는‘돌산읍 무술목 목장용지 조성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하기도 했다.

당시 여수시의회는 멀쩡한 바다가 매립조성 과정도 허술하고, 어처구니없는 사유화가 이뤄진 점에 의혹을 두고 특위 활동을 펼쳤다.

시의회는 매립 후 재산취득 과정이 ‘지난 암울했던 시절의 잘못된 행정 행위’라는 전제하에서 조사 특위 활동을 벌였다.

시의회 특위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추후 공유수면의 개인 사유화에 대한 시민적 환수 노력이 이어져‘목장용지’가 바다로 원상회복하기를 기대한다."라며 조사 활동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

2017년 여수 시민단체 회원들과 돌산읍 주민들이 매립도 하지 않은 채 육지로 둔갑해 있는 ‘무술목 목장용지’ 둑에 나와 국가 환수를 요구하였다. 현재 2022년 기준 개별공시지가가 ㎡당 4,100원이고, 계획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자연녹지지역, 중점경관 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목장용지이다.

그 목장용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관광단지를 그것도 전라남도와 협약을 맺어서 추진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여수시의회 김철민 의원과 최동익 도의원 등에 따르면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전남도청에서 돌산읍 무술목 관광단지 개발 사업 시행자와 지속적인 여수 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광단지 개발 사업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업자는 돌산읍 평사리 1538번지 일원 즉 무술목에 규모 18홀의 대중제 골프장과 1,090실의 객실을 갖춘 숙박 시설 및 연도형 상가, 컨벤션센터, 푸드테마파크, 마리나, 테마열차 등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소유 바다에 둑을 쌓았을 뿐 바닷물이 채워져 있던 곳을 매립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는데도 1983년 목장용지로 부실한 준공허가를 내준 전라남도가 문제이다. 그 전라남도가 40년이 지난 지금 관광단지로 유치 협약을 맺는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

무엇보다 전라남도가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서 목장용지로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부지를 관광 시설을 짓을 수 있는 용도로 변경해주겠다는 것에 더 화가 난다. 여수시가 지장대사에서 굴전까지 도로를 신설하는 것도 무술목 관광단지와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지금 무분별하게 바닷가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는 펜션과 리조트, 카페 등으로 상수도 부족 현상과 하수 처리와 오·폐수 처리가 처리 능력을 초과한 상태이다. 불법 오·폐수 방류로 인해 가막만이 오염돼 시민들이 가막만 특산물인 굴 섭취를 피할 정도이다.

어민들은 수온 상승과 수질 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수자원 고갈과 어획량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면서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업자 편에서 일방적으로 협약부터 맺고 온갖 규제 완화와 행정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의혹하고 있다.

덜렁 조감도 한 장 내놓고 협약부터 맺는 것은 지역 주민을 무시한 반 자치적 행위이다. 사업 준공 연도가 2030년임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시행사가 충분한 준비와 시민 협의를 거친 후에 협약을 맺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