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수필가
오늘은 필자 부부, 아들 가족, 그리고 제3의 여성 한 분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삶과 삼행시와의 놀라운 연관성(聯關性)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 이름은 김상훈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내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 듯했습니다. 이름 세 (3) 자에 자음의 받침이 각각 들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삼행시를 외우게끔 해서 이름을 기억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김 : 김상훈은
상 : 상상만 해도
훈 : 훈훈한 남자!
제 아내 이름은 변영선입니다. 아내의 콧대가 백두산과 동격이었죠. 그러나 삼행시 한 수로 그 높은 콧대를 접게 했습니다. 내친김에 프러포즈에도 성공했습니다.
변 : 변치 않겠소
영 : 영원히 변치 않겠소
선 : 선서 하겠소.
제 손주 녀석의 이름은 김재이 입니다. 있을 재(在) 자에 기쁠 이(怡) 자, 풀이하자면 ‘금 같은 네가 있어서 기쁘다.’는 뜻으로 작명을 했습니다. 在 자는 항열(行列) 자이고 또한 재이는 영어로 ‘J’입니다. 그런 재이는 제 자식과 미국인 며느리 사이에서 태어난 하나밖에 없는 그야말로 금쪽같은 손자인데 어느 날 갑자기 아들 며느리와 함께 이민을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눈 만 뜨면 보고 싶어서 심히 괴롭습니다.
김 : 금이나
재 : 재물 보다
이 : 이제부턴 재이. (이렇게나 녀석을 아꼈었는데 말입니다)
제 아들놈의 이름은 김동현입니다. 물론 단 한 명뿐인 유일한 피붙이고요. 아들이 이민을 떠난 후에 이런 삼행시가 탄식과 함께 나왔습니다.
김 : 김동현!
동 : 동경하던 미국으로 이민가서
현 : 현재는 미국의 아들이 되어버린 해외동포.! (삼행시의 운명적인 영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며느리의 이름은 세넌 김입니다. 역시 미국은 쎈 나라더군요.
세 ; 쎄다!
넌 : 넌!
김 : 김해김가 2명을 아이오와 김씨로 순식간에 만들어 버리다니!
안 될 인연은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거의 결혼 단계까지 진행됐었고 결혼문제도 구체적으로 오갔는데 발목이 잡혔습니다. 이 또한 삼행시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이미정 씨였습니다.
이 : 이쁩니다.
미 : 미인입니다.
정 : 정말입니다.
이토록 처음에는 좋았는데요 그러나 사귀다 보니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삼행시도 이렇게 변해갔고요.
이 : 이쁘냐고?
미 : 미인이냐고?
정 : 정말이냐고?
헤어질 때는 이랬다니까요.
이 : 이 갈려!
미 : 미치겠네!
정 : 정떨어져!
이런 연유로 이 여성과는 헤어졌습니다‘(순전히 이름과 삼행시의 연관성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혹여(惑如) 이 글을 이미정이란 이름을 가진 여성께서 읽으셨다면 이미정의 첫 행만 읽어 주시기를 그저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