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생활 25년이 되어가지만 요즘처럼 바쁜 날은 없다!
학교에 학생도 없는데 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은 온라인 수업준비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익혀져 있던 수업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전혀 다른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학부모 또한 이런 경험은 처음일 것이다. 학부모님은 더더욱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
내 사랑하는 자식이지만 하루 종일 같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토로(吐露)하는 분이 많다.
늦잠을 자는 자식을 깨울 때부터 온라인 수업을 제때 맞춰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혹시나 공지사항에 수행활동이나 과제가 있는 지 일일이 챙겨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도 저도 못 하는 맞벌이 부부는 더더욱 마음 아프다.
내 아이가 혹시나 이런 시기에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를 생각하는 두려움에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교가 자신에게 이렇게 자유로운 곳이었다는 것을 지금이야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눈은 칼처럼 나에게 붙어있고 방학동안 촘촘히 짜 맞춰진 사교육 시간이 연장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수업 준비의 안내문과 학교의 공지사항의 내용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리고 중3이나 고3은 이미 일과 중 온라인 수업을 받고 곧바로 학원수업을 들으러 가야한다. 일과 중 온라인 수업이 있을 때는 옆에서 다른 짓을 할까봐 걱정하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야 하는 상황도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19로 가정이나 학교도 모두 바쁘고 혼란스럽다. 이는 모든 나라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정부도 교육당국도 이런 상황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더 중하다는 보편적 기준에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학교를 개방하고 정상수업을 진행 하라고 말할 수 없다.
온라인 수업의 진행에 대해 이해가 어려운 부모님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온라인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 수업이나 학습내용을 얼마나 경청하였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점검하는 형태의 온라인 수업이 있다. 쌍방향 수업 방법은 다양하다.
밴드와 같은 SNS를 이용하여 학생들과 실시간 대화를 통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좀 더 발전적인 방법은 화상 카메라나 노트북 휴대폰을 통해 교실 수업처럼 하는 수업이 있다.
콘텐츠 제공 수업은 다른 인터넷강의 선생님의 동영상등을 활용하여 필요한 만큼 잘라내어 수업 자료를 제공하거나 EBS강의를 통째로 제공한다.
특성화고등학교처럼 특성화된 강의 정보가가 없는 경우에는 담당 선생님이 직접 수업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수업의 과정을 얼마나 들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EBS온라인클라스나 구글클라스룸에 자료를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인 온라인 수업의 형태이다.
학교에서는 초등 중등 고등의 수준에 맞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계획한다.
학교마다 또 어떤 플랫폼을 쓸지 어떤 수업 방법을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을 개설할지를 고민하고 회의를 하고 연수를 하고 자료를 준비한다.
무언가 제대로 된 수업 준비가 되어가는 가 싶지만 사실상 학교에서의 수업을 대신할만한 좋은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부모님의 이런 심정을 들었다. 자녀들이 온라인 수업을 할 때 강의를 켜놓고 다른 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어떤 방법의 수업이든 학생들이 수업의 내용과 과정을 잘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면 부모님도 안심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업을 하든 협력학습을 하든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다른 일을 하는 학생을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요?’ 라고 말씀드렸다.
수업을 하는데 책상 서랍에 넣어둔 휴대폰으로 아무도 모르게 SNS를 하려 하는 학생이나 다른 짓을 하는 학생은 이미 그 수업보다 다른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온라인 수업이든 오프라인 수업이든 다르지 않다.
이번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교사들도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
제일 먼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학교는 누구를 위한 공간이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은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이번 온라인 수업 이후의 교사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그리고 교육 당국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고민하고 있다.
교육의 지각변동이 교육을 담당하는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일이다. 미래 교육의 변화된 모습이 좀처럼 남의 일이고 먼 훗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 당국이 코로나19로 부득이하게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미래를 학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