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집터에 새로운 공간을 들이고 팬션으로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손님들을 받게 되었다.
가볍게는 하루 이틀, 많게는 한 달, 두 달까지 지내다 가셨다. 그리고, 국내 손님들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외국에 체류하고 계신 한국분들도 오셨다. 또 친정, 시댁 식구들 혹은 신랑이나 나의 친구나 지인들이 모임장소로 머물고 가셨다.
얼마전에는 캐나다에서 손님 두 분이 오셨는데, 엄마는 한국인이고, 아들은 캐나다인이었다. 현재 아들이 제주도 국제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데, 2년 계약으로 한국에 왔다가 몹시 실망하고 1년만에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했다.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국엄마는 캐나다 아들에게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정과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하셨다.
그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가 있는 섬, 제주에서 어떻게 실망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제주도를 여기저기 둘러 보고, 한국 사람들도 만나 보았느냐고 묻자 학교에서만 생활하느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고 한다.
국제학교에서의 삶은 그냥 외국에서의 삶 그대로였다고 한다. 주말 같은 때, 제주를 여기저기 여행해 보지 그랬냐고 물으니 성격이 여기저기 적극적으로 탐사하고, 모험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인 엄마가 하는 말이, 캐나다 아들은 국제학교 교사로 세계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브라질에서 일이 즐겁게 끝나자 한국에서 한 번 일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삶이 너무도 실망스러워서 돌아가려는 아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우셨나 보다. 캐나다에서 지내던 엄마는 고국에 있는 친정 식구들도 만나고, 아들과 함께 여행도 하고 싶어서 한국에 오셨다고 한다.
그분들이 오던 첫날에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후에 도착했는데, 캐나다 아들은 걷고 싶다고 해서 우리 큰아들이 형을 안내해서 섬진강 길을 걷고 왔다.
다음날 아침, 구례의 우리밀빵과 잼, 산양치즈를 곁들여 손님들께 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다. 그리고 아침 후, 아들은 우리집에서 화엄사까지 왕복 4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홀로 걷고 왔다.
그동안에 나는 이 한국엄마와 차를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이 살아오신 삶, 어떻게 캐나다에 건너가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 그리고, 점심 때가 좀 지나 아들이 돌아왔을 때 신랑이 부추전을 부쳐주어 손님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전을 먹고, 막걸리 한 잔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있었다.
신랑은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나는 마당 벤치에 가벼운 저녁거리를 차렸다.
잠시 후, 우리집에서 한달살이를 하셨던 모자와 여자 한 분이 놀러와 자연스레 함께 어우러지게 되었다.
날은 그다지 덥지 않은 초여름 저녁이요, 하늘에는 별이 총총 뜨고, 마당에는 모닥불이 피워지고, 그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얘기를 나누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러다가 장구도 치고, 민요나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면서 놀기도 했다. 캐나다 아들은 기타를 잘 친다고 해서 그의 기타 솜씨를 듣고 열렬하게 박수치고 호응해 주었더니 무척 쑥쓰러워했다.
노래도 불러보라 했더니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그는 장구 가락에도 관심을 보이며 배우고 싶어해서 잠시 가르쳐 주었다.
밤 늦도록 즐겁고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모자는 점심 즈음 떠날 예정이었다. 오전에 두 분과 함께 문척 맞은편 쪽 섬진강 길을 걸었다.
대나무 숲길과 아름다운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길을 걷는데, 너무도 좋다 하시며 나중에 귀국해서 살게 되면 여기 구례에서 살고 싶다 하셨다. 그분들과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고 나서 헤어졌다.
캐나다 아들은 눈물을 글썽글썽이며 헤어짐을 무척이나 아쉬워 했고, 고맙다고 연거푸 얘기했다.
엄마는 아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 그나마 아름답고 따스한 추억을 만들고 가서 너무도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이곳에서의 좋은 기억들로 인해 아들이 나중에라도 또 한국을 찾게 되기를 바래보았다.
캐나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오신 한국분은 2주를 머물다 가셨는데, 멋진 정원이 있고 귀여운 삼둥이와 따뜻한 마음의 부부가 사는 이런 시골집이 너무도 좋다 하셨다.
여름이라고 신랑의 고향 친구들도 놀러왔는데, 고향 친구 중 이곳에 부모님이나 친척이 없는 친구들이 가족과 함께 놀러 왔다. 낮에는 가까운 문수골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가고, 저녁에는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가까운 광주에 사는 친구도 우리집에 놀러왔다.
신랑은 이들을 위해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도 하고, 술 한잔을 나누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곳 지리산의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내며 맑고 그윽한 차향을 나누었다. 도시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을 신랑의 친구들. 이 맑고소박하고 담박한 차향으로 마음의 고단한 짐들이 스르르 녹았으면 좋겠다.
방을 하나 새로 들이고 나서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가셨다. 오신 이들이 이곳에서 편안히 행복하게 머물면서 새로운 기운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
이곳 시골이 치유의 삶터, 치유의 공간, 모심과 살림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