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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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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창 밖으로 초록빛 신록과 유월의 상큼한 공기가 들어온다새들은 먹이를 찾느라 부산하게 돌아다닌다.

 

바깥 화장실 앞단감나무 한그루속이 아지트인 참새들은 떼지어 포르르 포르르’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직박구리는 요즘 익어가고 있는 아로니아 열매를 입에 물고 빨래줄에 앉는다그 중에 검은 머리에 잿빛과 보라군청의 깃털을 가진 물까치의 나는 모습은 참으로 우아하다.

 

긴 꼬리를 이끌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바람을 타고 나는 모습이 근사하다나도 저렇게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들고양이들도 뭐 먹을게 없나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마당에 깔아놓은 까칠한 멍석이 좋은지 벌러덩 드러누워 털을 햟는다.

 

새벽같이 일어나는 우리집 강아지는 너무 일찍 일어나 피곤한지심심한지 제 집에서 나와 마당에 드러누워 아침잠을 즐긴다.

 

자리에서 일어나 쌀을 씻어 안치고밭이나 마당으로 나간다얼마전 매 주었는데도 밭과 마당에는 풀이 한가득이다비라도 한 두 번 내리면 주인이 방심한 틈을 타서 풀들은 재잘재잘대며 올라오는 것 같다.

 

비를 맞고 쑤욱 자라 있는 풀들을 보면 풀들에게서 얏호~”소리가 나는 것 같다그러나생글거리지만 이 얄미운 풀들을 매 주어야 참깨들깨고추가지토마토 등 다른 작물이 제대로 크고마당의 잔디가 잡풀로 난장판되지 않는다.

 

서둘러 마당의 일을 마치고방에 돌아와 아이들을 깨운다일어나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실랑이질을 하며 바쁜 아침일과가 시작된다.

 

큰아이는 중학생이라 이제는 제법 알아서 하지만 둘째와 셋째는 기를 쓰고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하는 터라 깨우는게 너무 힘들다.


나는 그 사이에 반찬을 만들기도 하고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거나 아니면 빨래를 꺼내 널기도 한다.


아이들 자는 방과 부엌과 세탁실을 종종거리며 다니는데 8시가 다 되어야 마지못해 일어나는 두 녀석들어쩔때는 큰소리를 내야 일어나기도 한다이제 30분 안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아이들 일어나서 세수하고옷 입고밥 먹는 것 까지...학교 버스가 8시 30분에 오기 때문이다그러나, 30분 안에 이 모든 걸 하기에는 늘 벅차다그래도 둘째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니 학교 버스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는데이 막둥이가 영~~ 늑장을 피운다.

 

그러던 막내가 지난주 자전거를 배워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겠다고 한다.

 

아직은 서툴러서 안 된다고 해도 엄마 몰래 타고 가버린다이번주 월요일의 풍경평소 읍에 있는 직장과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신랑과 큰 아이되도록이면 자전거를 타고 초등학교에 가는 둘째그리고 새로 자전거를 배운 셋째이 네 명의 남자들이 우리집 아래 돌담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쪼로록 내려가는 모습이 참으로 애뜻하게 다가왔다.

 

막내는 아직 내리막길에 서툴러 자전거를 끌고 갔구나아무튼 막둥이가 어느결에 자전거를 배우게 된 것도 감격스러웠지만 네 사람이 자전거로 함께 나가는 모습은 뭔가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우리 아이들이 벌써 저렇게 자라 아빠와 함께 세상으로 나가는구나!’ 뭐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6월 들어 비가 많이 오고신록은 무성해지고 해서 지난 주말에 산 좋고 물 좋은 피아골로 산행을 다녀왔다.

 

작년 여름에는 나 혼자 세 아이들을 데리고 피아골 산장에 다녀왔는데이번에는 우리 가족과 신랑이 청년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산 형님들 여섯분도 함께 갔다구례에 살아도 피아골 오기가 쉽지 않은데 많은 분들과 함께 가니 더더욱 흥겹고 좋았다.

 

산 형님들은 아이들 주신다고 김밥이며 과자며 사탕 등을 바리바리 챙겨 오셨다우리 삼둥이들이 아저씨들의 사랑과 격려를 듬뿍 받으며 걷는 이 피아골 산행은 두고두고 추억에 남으리라 싶었다.

 

대학 시절한참 지리산에 다닐 때 들었던 소망이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에 오는 것이었는데이제 나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이 지리산의 품에서 아이들을 키우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참 감사하고 흐뭇하였다.

 

때는 하얀 노각나무 꽃들이 작은 함박꽃인 듯 치자나무 꽃인 듯 피어나고 있었고송이송이 통째로 져서 길이나 바위에 흐드러지게 떨어져 지나는 길손의 발목을 잡고혹은 물 위에 둥둥 떠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얼마 전 내린 비로 불어난 계곡물은 폭포소리로 장쾌하고내 안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겨 주고 비워내는 듯 했다.

 

산에 들면 그런 생각이 든다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듯 쉴새없이 자연을 파괴하며 오만하게 살고 있지만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깊은 산속의 수많은 생명들이 어우려져 내뿜는 맑고 선한 기운으로산에 들면 사람도 그저 선해지고 순해진다.

 

피아골 대피소 혹은 노고단까지 오르는 산행의 길은 우둘두툴 바위도 많고 계속 오르막 길이라 걷는 걸 즐기는 나도 조금 힘든 코스이지만 그래도 걷는 길에서 느끼는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우리 아이들도 걸으면서 기쁨을 누리고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좀 어수선하게 썼는데모든 생명은 발로 사랑을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새고양이개미지렁이진딧물... 그리고 나와 신랑과 아이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 발로 자기 삶을 산다.

 

아이들은 발을 굴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발걸음을 내디뎌 산에 오른다나는 아침에 일어나 발걸음 종종거리며 아이들을 챙기고집안 살림을 하고농사일을 한다.

 

신랑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로 출근하고가족을 위해 직장에서땅에서 일을 한다발걸음은 사랑이다삶이다.

 

 

 

발바닥 사랑

박 노해

 

사랑은 발바닥이다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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