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말,서울,대전,청주,창원,보은 등 각지에서 벗님들이 열 한 분 오셨지요.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마당에서 함께 점심 먹고,단풍 다 떨어져 고적한 화엄사 숲길을 산책하고, 빨간 모닥불 피워놓고 노래하고 얘기하다가 그렇게 밤을 보내고,초겨울 비가 곱게도 오시는 아침, 오신 벗 중에 한글 붓사위(서예)하시는 분들이 있어 각 사람에게 맞는 글씨를 써 주시고 받고... 여러 벗들과 이렇게 참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좋은 벗들로 인해 인생이라는 여행이 참 충만해집니다. 다음은‘모닥불’가에서 놀던 밤...
올해는 신랑이 하우스에 메주콩을 많이도 심었다.얼마 전 타작을 해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콩을 선별한 다음 좋은 콩은 몇 군데 팔았다. 그리고 남은 콩도 팔겠다고 신랑은 며칠 동안 밤마다 벌레 먹고,찌그러지고,상태가 안 좋은 콩을 골라내었다. 올해 간장을 담긴 담아야 하겠는데,혼자 메주를 써서 장을 담기엔 엄두가 안 났다. 몸이 아프신 시어머니에게 부탁하기엔 죄송하고... 그런데,엄마 생신을 맞아 친정에 다녀왔다.김장을 앞두고 항아리에 담가놓은 멸치액젓을 어떻게 내리는지 잘 몰라 엄마에게 도와달라 말씀드렸다. ...
아빠와 아들이 저녁밥으로 칼국수를 만들어 상 위에 기다랗게 줄을 세우고 바깥 모닥불에 국수를 팔팔 끓여내자 막둥이 하는 말 아빠,몸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아마 아이는 마음까지 따뜻해진다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첫째 둘째는 후루룩 칼국수를 먹으며 엄지척을 세운다. 하늘에는 새색시 꽃신인양 초승달이 예쁘고 그 옆에 엄마 치마꼬리를 붙잡고 다니는 어린아이마냥 초롱초롱한 개밥바라기별이 어여쁘기도 하다. 막둥이는 갑자기 자작노래와 시가 생각났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과 달과...
하사마을 황씨네 큰 며느리는 명절이 다가오면 달력 보기가 싫어진다. 한 달 전부터 슬금슬금 겁이 난다.머리도 갑자기 지끈지끈 아파오고 배도 살살 아파오는 것 같다. ‘에이~~그냥 편하게 생각하자.차례상에 올라갈 것도 정해져 있고,시댁 식구맞이 음식메뉴만 좀 신경쓰면 되지 뭐.’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아프신 뒤로 어머니의 역할이 갑자기 큰며느리에게 떨어지다 보니 아직도 그 무게에 눌려 헉헉거리고 있다. 명절 일주일 전,차례상에 올라갈 과일과 나물들을 살펴본다.아...
지난7월 말경 신랑과 큰 아이와 함께 아침 일찍 노고단에 올랐다.안개비 내리는 산속은 무진(안개나루)으로 들어가는 길이던가. 성삼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다가 신랑에게 며칠 전 보았던 인도영화를 얘기했다. 영화관에서 주로 우리 나라나 미국 영화만 접하는데 나름 인도영화의 뮤지컬 방식과 탄탄한 줄거리가 좋은 나는 신이 나서 얘기를 했다. 1편까지 잘 들어주던 신랑이 잠시 후에 큰 아들이 심심할 것 같다며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그런데,입이 간질간질했던 나는2편을 살짝만 얘기하고 싶어 입을 뗐는데, 신랑이(퉁명스럽게,...
오얏나무 한 그루 키우세요 자 두 이 원수 시,백 창우 곡 자두밭에 가면 자두밭에 가면 달큼한 자두 냄새 뻐꾸기 소리는 멀리서 뻐꾹뻐꾹 자두밭에 가면 밭임자집 아이의 눈부신 빨간 치마 뻐꾸기 소리는 멀리서 뻐꾹뻐꾹 자두밭에 자두밭에 속살 하얀 검붉은 자두알 그 달큼한 맛은 뻐꾸기 소리 빨간 치마 눈부신 햇살 그리고 누군지 그리운 생각 어릴 적,우리집에는 아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자두나무가 없었던 듯 하다.그리하여 저 노래처럼 눈부신 빨간 치마와 누군지 그리운 얼굴이 떠오르진 않는다.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