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겨울에 적합한 운동은 아니지만 골퍼의 열정은 겨울이라고 비켜가지 않은 것 같다. 겨울이 오면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났다. 그곳에서 길게는 한 달도 지내다 오는 사람도 있고 휴가를 얻어 2주 정도 골프를 즐기다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골프장은 이 시기를 포기하고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비수기의 겨울 골프장은 이벤트도 많았고 그린피 할인이나 서비스도 좋았다. 아침 일찍 내방하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었고 여성들끼리 오면 한 사람의 그린피를 면제해 주기도 했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센트럴 파크 남쪽 연못에 살고 있는 오리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궁금했다. 연못이 얼어붙고 눈이 내려서 쌓이면 오리가 걱정스러웠다. 택시 운전사에게 물어보지만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춘기 소년이 성장기에 겪게 되는 불안한 감정을 그린 이 소설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다양한 사건과 상황 속에서 대처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인생을 통해 누구나 지나는 시기인 ‘사춘기’는 ‘발달과 행동’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때라고 할 수...
날씨의 변화가 있을 때나 계절이 바뀔 때면 바람이 붑니다. 소설도 지나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어김없이 바람이 붑니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훈풍 같던 바람이 차갑게 돌아선 연인처럼 냉랭한 기운을 귓가로 보냅니다. 농가 쪽으로 차를 몰고 왔는데 길가의 대나무 숲이 일제히 한쪽으로 몰리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놀이 기구 타는 애들처럼 한쪽으로 쏠리자 아우성을 지르는 소리가 차 안으로 전해집니다. 탱자나무 가지에 탱글탱글 달려있는 아이들 주먹만 한 탱자는 대나무가 흔들릴 때 내는 소리 때문인지, 대나무 잎의 짙은 초록 때문인지 더 샛노...
동물의 왕국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어슬렁 거리며 걷는 것을 보았다.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이 느리지만 자신감 있어 보이는 수사자의 걸음. 그가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보다 동물 같은 느낌을 받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결국, 193cm의 큰 키로 오거스타를 휘젓고 다니던 더스틴 존슨은 2020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을 입었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가을에 개최되는 2020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가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투어 최다승을 경신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
골프 연습장을 가면 스윙 연습을 하는 타석은 꽉 차 있어도 퍼팅 연습을 하는 그린 위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골프연습장의 그린은 주차장 한편이거나 구석진 곳에 있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연습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그늘이 만들어지는 한적한 곳에 조성되어있다. 여름 아침마다 새들의 지저귐이 부산스럽기도 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둥지를 떠났는지 한결 조용해졌다. 퍼팅 연습을 하면서 집중하고 있는데 ‘툭, 툭’하며 돌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돌을 굴리는 듯한 소리가 숲에서 들려온다. 애써 외면하고 그린 스피드에 맞춰 리듬과...
골프 중계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골프 용어도 겨우 외우기 시작할 때 아나운서나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많은 선수의 이름은 도저히 외울 엄두도 나지 않았죠. 겨우 타이거 우즈나 필 미컬슨 정도 기억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건 축구나 야구의 유명선수의 이름을 외는 정도의 상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쉐도우 크릭 골프 코스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대회를 티브이를 통해 아내와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작년 이맘때 제주도에서 열린 CJ 나인...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문명을 일군 바빌론의 사람들은 하늘에 저수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지키는 야훼의 노여움이 극에 달하면 저수지 수문을 열어 비를 쏟는다고 믿었답니다. 일종의 신의 경고인 셈이죠. 옛사람들의 하늘 숭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늘 저수지에도 물고기가 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하늘 저수지의 물고기가 내려와 바다로 간 건 아닐까요? 어쩌면 사람들이 자는 사이에 비와 함께 내려와 냇가를 지나 바다로 갔는지도 모릅니다. 크게 자란 참고래는 오래전 내려와 깊은 바닷속에서 몸을 숨기고...
홀을 시작할 때 평평하게 잘 단장된 곳에서 티샷을 하게 되는데 이곳을 티잉 그라운드라고 한다. 예전에 골프를 배운 분들은 이곳을 티 박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티가 개발되기 전에는 바닥에 모래를 깔고 공을 올려놓은 다음 티샷을 했다고 하는데 모래를 담아둔 박스가 비치된 이곳을 티박스라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산악 지형에 조성돼 고저차가 심하다. 그래서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 웨이를 내려다보고 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골프장은 마치 제단처럼 잘 정돈된 모양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가장 먼 거리부터 블랙, 블루, ...
목욕탕에 갈 때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헤어져야 한다. 설령 그것이 가족이라도 예외일 수없다. 아버지는 아들을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남녀가 나뉘는 층에서 헤어진다. 샤워부스에서 차가운 물을 맞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소리가 난다. "아빠 아파. 아빠 손은 살이 없나 봐"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거품 낸 타올로 문지르는 아빠는 무척 열심이다. 아들은 투정을 부리는데 아빠는 거품이 몸에 튄지도 모르고 팔을 들어 닦는데 여념이 없다. 반대편 앉은뱅이 의자가 있는 샤워 부스 쪽에는 어깨가 축 쳐진 노인 한 분이 무연한 표정으로...
전반홀이 끝나갈 무렵 안개처럼 비가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승부는 크게 갈리지 않았고 아직 복수를 하지 못한 후배의 전의를 불태우는 말투에는 의욕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이제 끝까지 가는 겁니다" 그늘집 옆은 후반홀을 시작할 카트가 모여서 대기하는 곳입니다. 다음 홀로 갈 카트들이 순서대로 줄을 지어 서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그곳으로 갔을 때 대기한 카트가 없었습니다. 이제 내리기 시작하는 비 때문에 미리 짐을 꾸리나 봅니다. 앞산 풍경은 구름과 안개에 싸여서 마치 선경을 보는 듯합니다. 비 오는 날이나 비가 갠 여름날 풍경은...